
감사원이 흑산공항의 여객 수요 산정과 총 사업비 증액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놔 사업 추진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남도는 감사원의 감사 기준이 예비타당성 재조사 전의 자료를 토대로 한데다, 현재는 재조사를 이미 진행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존 계획 보다 사업 규모가 수천억원 늘어난 상황에서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날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흑산공항의 여객수요가 해운 대비 항공에 유리하게 과다 산정됐다며 여객수요를 재산정하고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하도록 통보했다.
당초, 흑산공항은 지난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2015년 기본계획이 고시됐다. 총 1천833억원을 투입해 2027년 개항을 목표로 건립 추진 중이었다. 흑산공항은 신안군 흑산면 예리 산 11번지 일원 68만3천㎡ 부지에 활주로·계류장·터미널 등을 갖출 예정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실시 설계를 마쳤으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위원들 간 이견으로 지난 2017년 12월 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환경성·경제성·안전성 문제 등을 놓고 견해가 달라서다.
실시설계 결과, 80인승 비행기 운항으로 수정돼 활주로(길이 1천200m·폭 30m)를 만들고 종단안전구역과 착륙대를 넓히도록 했다.
흑산공항은 50인승 경비행기 운항을 계획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50인승 생산이 중단된데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80인승 운항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비도 1천833억원에서 6천411억원으로 급증했다.
국가재정법은 총사업비가 1천억원 이상일 때 15% 이상 늘어나면 타당성 재조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월부터 흑산공항 건설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2013년 흑산공항 건설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비용 대비 편익(B/C) 값은 4.38로 사업성 기준인 1.0을 넘겼다. 하지만 이번 재조사에서 사업비가 3배 가량 증가하면서 재조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칫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환경단체의 반대도 만만치않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원인으로 꼽히면서다. 흑산도에는 철새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이 많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도 흑산공항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가 지속되는 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감사원 결과는 지난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자료를 토대로 한데다 현재는 이미 보완해서 재조사를 받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감사원 지적에서 제기된 수요조사 역시 현재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조사를 실시 중인 만큼 재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번 지적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2013년 타당성 조사 당시 기준으로 수요 예측과 조사 방식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당시 단일 항목 중심 설문조사로 과다한 수요가 산정됐고, 국토부 자료만 활용해 편차가 컸다는 점이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감사원이 지적한 수요조사·예측 방식, 항공 전환율 등을 보완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결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연장될 경우 내년 초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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