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붓을 잡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시대의 숨결을 화폭에 담아온 동양화 거장 지암(芝岩) 김대원 화백의 60년 예술 인생이 집약한 화집 발간을 기념해 족자 특별전을 연장 전시한다.
수하갤러리는 김 화백의 화집 ‘기억의 궤적, 족자에 담다’ 발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족자에 띄운, 그리움의 시간’ 특별전을 오는 23일까지 연장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6월 28일까지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화집 출간을 기념해 두 달여 연장됐다.
이는 작가가 묵묵히 견뎌온 세월의 무게와 작품에 담긴 깊은 서사가 관람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3·1 독립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으로 올라간다.
작가는 무안 남산공원 ‘3·1 독립의적비’의 주인공인 선친의 생애와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부터 3년간 마음을 다해 족자 작품들을 준비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 혼란이 덮치면서 작품들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두운 수장고로 거두어져야 했다.
긴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낸 끝에 비로소 수장고의 문이 열렸고,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작품들은 한 권의 화집과 이번 특별전이라는 결실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김 화백은 “붓을 쥐고 먹을 갈며 선친께서 걸어가신 삶의 궤적을 되새겼다”며 “오랜 인내 끝에 빛을 본 작품들이 선친을 향한 사모곡이자 시대의 기록으로 닿기를 소망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지 한 개인의 사모곡에 그치지 않고, 지암의 60년 화업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자리가 된다. 청년 시절 서예와 필묵으로 출발한 그는 1970~80년대 전통 남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실경산수’를 다졌고, 1990년대에는 조선 민화의 해학적 구성과 파격을 도입하며 국제무대로 영토를 넓혔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형상을 해체하고 아크릴과 과슈 등 서양화 재료를 사용하는 비구상 실험을 감행하면서도 붓끝에는 늘 동양적 여백과 예스러운 미감을 놓지 않았다. 2017년 이후 마침내 자신의 고향인 종이와 수묵으로 돌아온 그는 실경산수의 생동감, 민화의 해학, 비구상의 현대적 감각을 하나로 수렴해 ‘전통 문인화의 현대적 변주’를 완성해 냈다.
최근 병마와의 사투를 이겨내고 다시 붓을 든 김 작가는 2026년 화업 60주년을 맞아 여는 이번 전시가 인생의 결산이 아닌 ‘또 다른 출발선’임을 강조한다.

“족자는 말아 두었다가 펼치는 것입니다. 긴 세월 쌓아 온 예술의 시간을 이제 펼쳐 보이되, 다시 말아 쥐고 새로운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예술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말아 두었던 삶의 마디를 펼쳐 보이는 족자처럼, 이번 특별전은 거장이 걸어온 60년 예술의 깊이와 시대를 향한 정직한 몸부림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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