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간 렌즈 너머로 역사와 현장을 기록해 온 리일천 사진작가가 예술인에서 ‘문화 기관장’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12년 전 광주서구문화원과 인연을 맺은 뒤 부원장 등을 거치며 행정 감각을 익혀온 그는, 주변의 강력한 권유와 회원들의 두터운 신망 속에 신임 원장으로 선출됐다. 당초 공식 임기는 9월 1일부터였으나, 사전에 현안을 파악하고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두 달 이른 지난 7월 1일 공식 취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리 원장은 취임 소회에 대해 “막상 원장직을 맡고 보니 수행해야 할 역할의 무게감을 실감한다”며 “지역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서구문화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우선은 전임 원장님들이 일궈놓은 훌륭한 자산을 잘 보존하고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나의 큰 소임”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말까지 기존 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동시에, 하반기에는 문화원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내년도 쇄신 계획을 수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미협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풍부한 예술계 인적 인프라를 갖춘 리 원장은 ‘예술가 원장’이라는 독보적인 강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문화원 강좌의 질적 향상과 실내 환경 개선이다.
그는 “인기 여부를 떠나 강의의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확보하도록 노력함은 물론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강좌에 대한 변화도 고민할 것”이라며 “회원과 수강생이 재미와 흥미를 잃지 않는 강좌를 선보이는 것과 동시에 이들이 문화적으로 한단계 성숙해지고 성장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피력했다.
또한 고령화 시대를 맞아 어르신들에게는 멋진 노후를 선사하고, 청년 세대에게는 옛것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여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공간’을 다지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리 원장은 “문화원 회원 대다수가 고령이신데, 나이를 떠나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즐기며 멋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하려 한다”며 “더불어 젊은 세대 역시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아는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문화원이 세대 간의 위화감을 허무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지역 역사와 전통을 잇는 서구문화원이 올드한 이미지로 비춰지거나 주민들에게 문화센터처럼 오인되지 않도록, 리 원장은 문턱을 낮추고 홍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주변에서 문화원을 문화센터 정도로 인식하거나 올드한 이미지로 각인해 두고 있는데, 이는 기관의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며 “문화원의 본질인 서구 지역의 유·무형 역사 자산과 인물을 발굴하고 아카이브하여 후대에 전승하는 것은 물론,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 차 한 잔 나누며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화원이 위치한 광주특별시 서구 발산마을의 역사와 공간에 관련된 프로그램 발굴에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리 원장은 “발산마을이 과거에는 가난하고 힘든 동네였지만 지금은 조망도 좋고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훌륭한 장소”라며 “이 같은 역사적·지리적 토대를 기반으로 문화·예술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리일천 작가는 광주대 대학원 사진학 석사(예술사진 전공) 및 조선대 대학원 시각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미술협회 광주시지회 수석부지회장을 자냈다. 조선대학교·동강대학교 외래교수로 출강했으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2006년부터 광주 현장에서 활동하는 지역 미술인들의 삶과 작업 모습을 담백하게 카메라에 담아내는 광주 미술인 사진기록 작업과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1948년 제주 4·3 사건의 흔적을 담은 역사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펼친 역사적 기록(백비전) 및 인간의 초상과 시간의 기억을 시각화하는 개인전 및 초대전 시리즈를 꾸준히 발표하는 등 그를 상징하는 작업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