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누군가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할까. 애도를 슬픔과 비통함의 감정으로만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일상에 남은 기억과 흔적을 통해 이를 다시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린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레지던시 입주작가전으로 김기린 선화 작가의 ‘애도하는 궤(Grieving Orbis)’가 5일부터 내달 18일까지 호랑가시나무 글라스폴리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작가와 기획자를 대상으로 한 국제 레지던시프로그램인 호랑가시나무창작소의 올해 입주작가인 김기린 선화가 애도의 궤적을 따라 여러 관계 속에서 구성되어 온 자신의 형상을 다시 더듬어보는 자리이다. 작가는 죽음과 비극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질문을 던진다. 참혹함과 엄숙함, 비통함과 같은 무거운 감정만이 애도의 방식인지 되묻고,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빛과 기억, 몸에 남은 감각의 흔적들을 통해 애도를 다시 바라본다.
특히 이번 전시는 거대한 역사와 사회적 사건들 속 종종 지워지는 개인의 감각에 주목한다. 작가는 우리가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무심히 소비해 온 타인의 비극과 관계 맺기를 시도하며 설명되지 못한 채 남겨진 애도의 감각을 다시 몸의 경험으로 소환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누구나 생과 죽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곧 누구나 애도받을 수 있으며 누구나 애도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또 이번 전시는 BPM Lab의 레이브(rave) 프로젝트 ‘TAZ’와 연결된다. 레이브는 전자음악과 퍼포먼스를 통해 일시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문화적 실천을 뜻하며, TAZ(Temporary Autonomous Zone)는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자율적 공간을 의미한다. 즉 단순한 놀이의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음악과 리듬을 통해 일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반복되는 BPM과 사운드가 흐르는 공간에서 문장은 단순히 읽는 글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리듬이 된다. 이 과정에서 애도는 슬픔을 설명하거나 전달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함께 느끼고 연결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김기린 선화 작가는 “이번 전시는 애도를 무거운 감정으로만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 몸과 일상 속에 남아 있는 감각의 흔적들을 다시 마주해보려는 시도”라며 “관람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지나온 상실과 기억을 떠올리고, 타인의 감각과 조용히 연결되는 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은 5일 오후 6시에 펼쳐지며 낭독과 사운드 믹싱이 결합된 퍼포먼스로 진행된다. 이어 오후 8시에는 BPM Lab의 레이브 프로젝트 ‘TAZ’가 연계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