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복합개발, 일본서 찾다 (하) 명작의 조건
광주는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부지를 비롯해 현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복합화,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부지 등 많은 복합개발을 앞두고 있다. 고밀도 개발은 도시 활력을 높이고 경쟁력 있는 공간을 만들어 도시와 시민에게 기여하지만 자칫 도시경관 훼손이나 주거환경 악화, 교통체증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무등일보는 대중교통 간 연결과 보행 네트워크, 풍부한 공공공간 등을 입체적으로 녹여내며 다수의 선진 복합개발을 성공해낸 도쿄 사례를 분석해 광주 복합개발에서 자본과 공적 가치의 균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일본 도쿄가 다수의 대규모 복합개발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비결로 '민·관 협력'이 지목된다. 도시 내 핵심 사유지를 단순히 개발하는 것에 그친 게 아닌, 관이 도시의 비전에 맞게 개발해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개발사와 협력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녹지(공원)와 문화, 오락, 보행 체계 등을 갖춰 다수의 시민에게 공공 공간의 기능을 제공하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일본 국·내외 시민들과 기업들이 앞다퉈 도쿄의 복합개발지로 모이고 있다.
특히 '삶의 질'(만족도)이 시민에나 기업에나 도시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광주시가 대규모 복합개발을 통한 '대전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도쿄 최대 복합개발인 '아자부다이 힐스'는 시민들의 도시 전망을 위한 전망대를 무료로 운영하면서 도시의 공공재 기능을 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잘 만든 '직·주·락'(職住樂) 공간, 사람·기업이 몰려온다
복합개발은 주거와 상업, 문화, 엔터테이먼트 등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공간이다. 대개 규모가 큰 도시의 중심지에서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편, 다양한 기능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 다양한 상업시설과 서비스,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 시민들이 도보로도 대부분의 도시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인데 성공한 복합개발지의 경우 각종 편의 시설과 풍부한 문화공간, 고급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오피스 공간으로 선호한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과 같이 고급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은 우수한 정주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
실제 일본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모리빌딩그룹이 지난해 11월 개장한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의 경우 가장 이상적인 콤팩트 개발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미 수백여 업체가 입주를 끝냈고, 입주 의향이 쇄도하고 있다.
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복합개발은 차별적인 건축물과 고급 문화가 집적됨에 따라 도시의 '명물'이 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크다. 대표적으로 도시재생을 통합 복합개발의 효시 격인 도쿄 롯폰기힐스는 지난 2003년 개장했는데, 연간 4천여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하고 있다.
◆민관 협력 통한 과감한 규제 완화…최종 종착지는 '공공성'
다수의 성공적인 복합개발, 특히 도쿄 롯폰기 힐스나 아자부다이 힐스와 같은 성공적인 복합개발 사업지는 '민관 협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토지를 갖고 법적 테두리 내에서 건축물을 올리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다.
하지만 관(행정)이 도시 정책과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업의 규모를 키워 도시에 필요한 시설을 만들고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도시 전체 내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 그러는 한편으로 다수의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공적 공간'(공공 공간)을 조성하면서 토지의 사유화와 공공성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
도쿄도는 지난 2011년 국제비즈니스 거점 형성과 국제적 도시의 중추 기능을 강화할 목적으로, 도시재생특별조치법에 근거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세제 특례나 금융 지원을 확대했다. 또 특정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 제도를 도입한 뒤 국가전략특구와 중첩 지정함으로써 대규모 복합개발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도시재생특별지구는 하나의 사업지에만 머무는 게 아닌, 주변 지역까지 단계적으로 통합적인 정비(재개발사업)가 될 수 있도록 계획됐다.
관의 지원에 힘 입어 민간(기업)은 자본력을 총 동원해 사업지의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참여해 외·내관을 설계하는 것은 기본이고 브랜드 파워를 지닌 호텔과 미술관, 방송사 스튜디오, 우수한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집중했다.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인생은 짧지만 광주는 깁니다. 앞으로 광주 100년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명품 공간으로 만들어야 광주가 살 수 있으리라 봅니다."
광주에 예정된 여러 대규모 복합개발을 두고 한 건축가의 발언이다. 현재 광주는 이전에 없었던 복합개발이 한창이다. 10만평에 이르는 옛 전남·일신방직(옛 전일방) 부지 개발부터 최대 버스터미널과 복합해 개발되는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복합개발이 이뤄지게 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광주의 도시경쟁력이나 시민 '삶의 질'의 퀀텀 점프는 물론 젊고 혁신적인 기업이 몰려드는 이른바 '대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막연한 '장밋빛 기대'보다는 분명한 도시철학을 바탕 삼아 어떻게 구체적으로 공간을 설계해야 하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민간의 자본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하면서 다수의 시민들이 자부심 갖는 도시의 미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복합개발지 자체가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는 "빌바오 효과를 부러워만 하지 말고 광주에 '전일방 효과'를 타인들이 부러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빌바오 효과는 한 도시의 랜드마크 건축물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산업적 쇠퇴로 낙후 도시로 변해가던 스페인 빌바오는 당초 예산의 1천400%에 달하는 5천억여원의 건축비를 들여 지은 '구겐하임 미술관' 덕분에 세계적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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