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금만 늦으면 못 사요"···전남광주 '옥수수 대란' 만든 14년 고집

박찬 기자
업데이트 2026.09.01. 15:54
■북구 담벼락옥수수 오픈런 현장 가보니
입소문 타고 '옥수수 성지' 거듭
서울 가락동 경매서 직접 선별
오전 5시 오픈…11시께 조기 소진
"맛·품질 달라"…단골 발길 이어져
1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담벼락옥수수를 찾은 손님이 옥수수를 계산하고 있다. 박찬 기자

1일 오전 6시께 전남광주 북구 우치로에 자리한 ‘담벼락옥수수’ 앞 도로에 차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 일명 ‘옥수수 대란’으로 소문이 자자한 이곳에서 아침 일찍이 옥수수를 사기 위한 행렬이었다.

“조금만 늦으면 줄 서요. 점심시간 되기 전에도 마감돼요.” 인근 주민 변세령(50)씨는 담벼락옥수수를 찾는 이유를 묻자, 주저 없이 “좋은 걸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씨는 전날 처음 이 옥수수를 맛본 뒤 이날 다시 가게를 찾았다고 했다.

담벼락옥수수의 공식 운영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하지만 조기 소진 시 마감된다. 실제로 이곳에서 옥수수를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1시~11시30분까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나란히 놓인 13개의 압력솥이었다. 압력솥 모두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연신 뜨거운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솥마다 옥수수가 차곡차곡 들어찬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십수년 전부터 이곳을 애용하는 단골손님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1일 오전 찾은 전남광주 북구 담벼락옥수수는 옥수수 소진 전 구매를 위해 아침 일찍이 찾은 손님들로 분주했다. 박찬 기자

10여년 전부터 담벼락옥수수를 찾았다는 김모(72)씨는 “예전에 왔다가 옥수수가 조기 소진돼 못 산 적도 있다”며 “사장님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로 시즌 시작이나 끝날 때, 또 물건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직접 연락을 받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 가게가 손님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영업 알림판’도 있다. 바로 사장의 카카오톡 프로필이다. 서종민(61) 대표는 “카카오톡 프로필을 항상 보고 와야 한다”며 “판매 중이라는 알림부터 재료 소진, 휴무 여부 등을 올려놓는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전날에도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서울에서 배달된 옥수수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곳의 옥수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경매를 통해 들여온다. 산지와 시기에 따라 물량과 품질이 달라지는 만큼 서 대표가 직접 상태를 확인해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서 대표는 “옥수수 알이 너무 연해도 안 되고 너무 딱딱해도 안 된다”며 “벌레 먹은 게 하나라도 있으면 다 뺀다”고 했다.

이러한 원칙은 14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 대표는 과거 무역업에 종사했지만, 사업을 접은 뒤 옥수수 장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4년 전 노점에서 시작해 ‘담벼락’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현재 자리로 옮겨온 지도 약 12년이 됐다.

서 대표는 “좋지 않은 옥수수를 팔 수는 없다”며 “손님들에게 돈을 쓰게 하고 욕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하루 쉬는 게 낫다”고 했다.

실제로 담벼락옥수수의 강점은 품질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도 덤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옥수수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10개(2.4㎏)에 7천980원, 5개에 4천400원 수준이다. 도매시장에서는 30개당 1만2천~1만5천원, 소매가격은 10개 기준 5천원가량이다.

1일 오전 전남광주 북구 담벼락옥수수 가게 내부에서 13개 압력솥이 동시에 가동되며 옥수수를 쉴 새 없이 쪄내고 있다. 박찬 기자

담벼락옥수수의 판매가격은 한 봉지(3~5개)당 7천원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갓 쪄낸 옥수수를 즉석으로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은 담벼락옥수수만의 ‘깐깐함’과 그동안 쌓은 신뢰를 인기 비결로 꼽았다.

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희경(63)씨는 “1년 내내 맛이 변함이 없다. 벌레 먹은 것 하나 없이 전부 골라낸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다른 곳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퀄리티가 좋아 여기까지 와서 사 먹는다”고 말했다.

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동수(56)씨도 한 달에 두세 차례씩 이곳을 찾는 단골이다. 김씨는 “다른 옥수수보다 알이 더 살지고 맛있는 것 같다”며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기 위해 부드러운 걸 골라 사 간다”고 전했다.

서구에서 온 박은준(34)씨도 “다른 곳보다 크고 맛있다”고 했고 물리치료사 이수진(45)씨는 옥수수의 식감을 높이 평가하며 “보통 옥수수는 먹다 보면 이 사이에 끼는데 여기는 하나하나 쫀득쫀득하다”고 설명했다.

담벼락옥수수은 국산 옥수수만 취급한다. 옥수수 출하기와 맞물려 5월 말부터 9월 또는 10월까지만 운영된다. 서 대표는 “추석 전후로 판매를 마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

경제일반 주요뉴스
댓글0
0/300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