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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국제교류에 대한 단상

@이규연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 입력 2024.06.11. 18:09
이규연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

우리는 세계화, 글로벌 리더 등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한 용어들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국제 뉴스가 지역 뉴스 못지 않게 상세히 쏟아지고, 원하는 물건을 해외 직구로 바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추석이나 설 명절 연휴에는 가족 단위 해외 관광객들로 공항이 붐빈다. 대학생은 물론 선생님들이나 초·중·고 학생들도 방학 등을 통해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광주교육청에서도 '글로벌 리더 세계 한바퀴' 사업을 추진하여 많은 광주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십, 인권, 역사, 5·18 민주화 운동 세계화, 문화·예술, 해외 봉사, 해외 학술탐방, 특성화고 현장학습 등 다양한 주제의 국제교류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 학생들은 짐작이 되지 않겠지만 30여 년 전에는 누구든지 원할 때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없었다. 일반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려면 출장, 취업, 유학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했다. 단순히 여행 목적으로는 여권이 아예 발급되지 않았다.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된 것은 1989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이다. 86년 서울 아시안 게임과 88년 서울 올림픽으로 우리의 안목과 기준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높아진 것도 한 몫했다.

필자는 1990년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그땐 해외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민주화의 열기가 대학가에 여전했고, 미래를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범주가 한마디로 글로벌하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 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무엇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할 때면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좀 더 넓게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스스로 마련한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꼭 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일곤 한다. 필자의 첫 국외 체험은 북한이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초창기여서 육로가 아직 없었던 시절이라 지척인 북한을 가기 위해 속초에서 배를 타고 공해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는 머나먼 길이었다. 낯설고 긴장된 순간이 많았지만 북한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짧은 대화 속에 엿본 그곳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옥색의 금강산 계곡물은 어제처럼 눈에 선하다.

올해 교장 연수를 받으며 필자가 선택한 곳은 그동안 가보지 않은 미국이었다. 연수 전에 한 교장 선생님께서 선물해 주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가보고 싶었던 뉴욕은 아니었지만 기대감은 컸다. 공항에서 미국을 처음 방문한 사람에 대한 압박감은 사뭇 컸다. 하지만 곧 세계 리더 국가다운 인프라와 사람들의 행동 속에 스며있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LA와 샌디에고 지역의 일반고와 대학교의 커리큘럼은 다양했으며 다인종 국가로서 다문화 교육이나 특수교육도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스포츠를 강조하는 나라처럼 운동장이 매우 넓었다. 미국 현지의 학교 급식이나 햄버거, 피자 등에서 서구의 본맛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LA의 스모그 가득한 오전과 화창한 낮 햇살과 함께 현지 마트에서 직접 맛본 캘리포니아주의 신선한 과일이었다.

한때 여권에 찍힌 나라별 직인을 자랑삼아 얘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국제교류는 질적 변화를 지향한다. 돌아온 일상의 삶을 변화시킬 해외 경험의 질적 도약이 중요하다. 우리는 경험의 틀 속에서 세상을 인식한다. 그 경험이 독서 같은 간접 경험일 때도 있겠지만 국제교류나 여행 등으로 얻은 직접 경험의 양이 많고, 그 질이 높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합리적인 인식의 틀은 넓고 견고해진다. 우리 진로팀에서도 진로와 독서를 주제로 국제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선발된 학생들이 5.18이나 광주 학생의 모습을 해외의 학생들에게 소개하면서 자부심과 긍지를 키우면서 아울러 그들에게서 배우고 가져와야 할 것을 가슴 깊숙이 담아왔으면 싶다. 해외로 나가기 전에 해당 나라와 관련된 책도 읽어보고, 현지에서는 1분 1초를 아껴 구석구석 세밀하게 많은 걸 살펴보고, 그렇게 돌아와서는 인류 보편적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국제교류일 때 진정 가치 있는 글로벌 경험이고, 그런 고민을 하는 학생이 진정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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