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육인이 침묵하면 통합체육회는 어디로 가는가?

박도성
업데이트 2026.09.08. 09:08
박도성(전남광주통합특별시체육회 통합준비위원·광주체육회 종목단체 전무이사협의회장)
형식적 통합 넘어 예산·고용·선수 보호대책부터 마련해야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시대적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체육회의 명칭과 조직만 하나로 합치는 데 그친다면 진정한 통합이라고 할 수 없다. 선수와 지도자, 체육회 직원, 종목단체와 시·군·구체육회의 권익을 보호하고 양 지역 체육의 경쟁력을 높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통합 이후 양 지역 대표선수들이 하나의 선발 체계에서 경쟁하면 종목에 따라 전국체전 출전 기회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 일자리, 실업팀 운영, 학교체육, 종목단체 사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조직 중복을 이유로 직원이 감축되거나 비인기 종목과 생활체육 지원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조직을 먼저 합친 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통합·후대책’ 방식은 위험하다. 통합 과정의 비용과 희생이 선수·지도자·직원과 종목단체에 전가돼서는 안 된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체육인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듣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군공항 부지 활용과 AI·반도체 산업 등 대형 현안 속에서 체육정책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체육은 남는 예산으로 지원하는 선택적 사업이 아니라 시민 건강과 청소년 육성, 지역공동체와 도시 경쟁력을 위한 필수 공공정책이다.

통합체육회 출범에 앞서 ▲양 지역 기존 체육예산의 안정적 유지 ▲선수·지도자·직원의 고용과 처우 승계 ▲전국체전 대표선수 감소에 대한 종목별 보완책 ▲종목단체와 시·군·구체육회 사업·보조금 보호 ▲공정하고 균형 있는 선거인단 구성 ▲권역 균형과 접근성을 고려한 소재지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담은 ‘체육인 권익보호 및 체육발전 협약’을 특별시장과 양 체육회, 통합준비위원회가 체결하고 이행 상황도 공개해야 한다.

지난 9월 3일 나주 빛가람복합문화체육센터에서 17명으로 구성된 통합준비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었다. 통합준비위원회는 행정이 마련한 안건을 처리하는 기구가 아니라 체육 현장의 권익을 보호하고 예상되는 갈등과 피해를 예방하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

저 역시 통합준비위원으로서 전무이사와 선수, 지도자, 직원, 생활체육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심부름꾼이 되겠다. 그러나 한 사람의 힘만으로 통합의 방향을 바로 세울 수는 없다.

체육인들은 방관자의 자리에서 일어나 종목별 피해조사, 공청회, 정책토론회, 공동건의와 서명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정당한 요구가 외면되고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면 법과 질서를 지키는 범위에서 기자회견과 평화적 집회 등 공동행동도 검토해야 한다.

체육인의 무관심은 권리의 포기다. 작은 관심과 제안이 모이면 정책을 바꾸고 미래 100년의 체육 기반을 세울 수 있다. 통합의 성과는 출범 속도가 아니라 선수의 꿈과 지도자의 일자리, 종목단체의 활동 기반이 얼마나 지켜지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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