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화와 논쟁을 품은 또 하나의 역사

임선이
업데이트 2026.08.19. 19:37
[광주비엔날레 30년의 또 다른 유산]
<4> 지역 언론 보도
전시 안팎 변화·논쟁 생생히 포착
지지-비판 오가며 현장 목소리 담아
정책·행정부터 시민 시선까지 축적
공식 자료 못 담은 시대 맥락 보여줘
켜켜이 쌓인 보도 자체, 중요 사료
흩어진 기사 모아 기록 빈틈 채워

임선이 광주비엔날레 민간기록 수집 연구팀 연구원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개최 전후로 보도된 무등일보 기사. 당시 광주비엔날레에 거는 기대와 바람, 성과 등을 알 수 있다.

30여 년에 이른 광주비엔날레는 제1회 주제처럼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을 해오면서 도시의 역사, 경제, 사회,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켜왔다. 광주비엔날레가 예술적 담론의 장으로서, 미학적 축제의 장으로 변화하는 동안 지역언론도 이 역사와 함께한 주요한 행위자였다. 제1회 개최부터, 예술감독의 선임, 전시에 대한 논란, 조직 체계에 변화 요구, 지역미술계와의 관계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지역언론도 적극적으로 현장 혹은 현안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광주 지역언론은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기반으로 역사적 갈등과 영광을 함께 해온 동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 ‘비엔날레’라고 하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에 광주비엔날레는 지역의 큰 화두였다. 지역언론은 비엔날레의 광주 개최 배경은 무엇이며, 전시 준비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며, 광주비엔날레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지역미술계는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등 많은 질문을 기본으로 광주비엔날레를 보도했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개최 전후로 보도된 무등일보 기사. 당시 광주비엔날레에 거는 기대와 바람, 성과 등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광주비엔날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룬 기사가 눈길을 끈다. ‘미술관계자 30인이 본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에서 만난 사람’, ‘내가 본 비엔날레’, ‘현장사람들’, ‘비엔날레 사람들’(광주일보, 전남매일, 광주매일, 무등일보, 광주타임스) 등의 코너를 통해 광주비엔날레 관계자, 전시 참여작가, 큐레이터, 미술평론가, 행정조직, 자원봉사자, 전시 관람객 등을 인터뷰하며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목소리를 보도했다.

‘현대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어 만족감을 드러내고, 성숙된 관람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광주일보, 1995.9.28)나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며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외신기자의 인터뷰가 그러하다.(전남매일, 1997.10.1) 또 한 미술평론가가 포착했듯이, ‘비엔날레의 차별성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한국적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정체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희망적 지평을 놓치지 않았다.(무등일보, 1997.10.1) 이는 광주비엔날레에 접속한 사람들의 기대, 바람, 평가와 우려가 지역신문에 응축되었다는 의미이다. 즉 지역신문의 광주비엔날레 보도는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조우하는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개최 전후로 보도된 무등일보 기사. 당시 광주비엔날레에 거는 기대와 바람, 성과 등을 알 수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대두되었다. 가령, 전시 준비과정(‘초기파행이 준비소홀 불렀다’, 전남매일, 2000.6.9·‘광주비엔날레 준비 졸속’, 광주타임스, 2002.3.22)과 조직행정(‘광주비엔날레 개혁 태만’, 무등일보, 2008.3.26 등 국제적인 위상에 맞지 않는 전시행정에 대해 문제가 보도되었다. ‘광주비엔날레 또 빈손잔치’, 광주일보, 2006.11.22) 보도를 통해서는 ‘광주비엔날레가 매년 1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쓰면서도 작품 1점 유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광주비엔날레의 가장 큰 이슈는 지역작가 참여도에 대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술적 성공과 지역발전을 연계해야 하는 과정에서 지역작가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 과제는 매우 중요하게 의제화되었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 절반 이상이 자국 출신인 상하이비엔날레를 사례로 지역 작가 참여에 대한 방안 등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더불어 ‘지역 신진작가들의 세계 미술계 진출 지원할 시스템 구축도 시급’(광주일보, 2016.11.8)하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지역언론은 세계적 비엔날레로 국제적 위상이 잡혀가고 있으나 그에 따른 조직과 전시의 전문성, 행정의 적극성, 지역미술계와의 관계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도한 것이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개최 전후로 보도된 무등일보 기사. 당시 광주비엔날레에 거는 기대와 바람, 성과 등을 알 수 있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는 2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전시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를 기획했다. 이 특별전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의 작품이 박근혜 정권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광주시의 전시 불가 통보와 예산 반환이 언급되면서 정치적 이슈로 비화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광주비엔날레 20년 명성 와르르’ 무너졌으며(광주일보, 2014.8.12), “‘예술의 자유’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비엔날레 재단의 근본 개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무등일보, 2014.8.20) 지역언론이 단순행사 보도와 방문객 보도에서 벗어나 예술의 독립성과 지역예술에 대한 정체성 확립 등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적이면서도 분석적 보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언론이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행정과 지역미술계의 현안을 고민하는 동반자적 역할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예술적 담론과 공동체적 가치, 미래지향적 목표를 제시하는 보도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미술의 창 켜켜이 쌓아온 시간의 결 되살리다’(무등일보, 2026.3.4)라는 보도는 30여 년간 쌓아온 광주비엔날레의 가치와 역사를 조명하며, 소통의 창구를 자처하는 지역언론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개최 전후로 보도된 무등일보 기사. 당시 광주비엔날레에 거는 기대와 바람, 성과 등을 알 수 있다.


지역언론 보도 내용을 몇 가지의 사례로 살펴보았지만 지역언론이 생산해 온 광주비엔날레 관련 보도, 칼럼, 사설, 사진, 기획기사 등은 광주비엔날레 재단이나 기관과 달리 광주비엔날레의 역사를 기록한 민간기록물로 판단할 수 있다. 초기 광주비엔날레 전시·행사 정보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해, 예술감독 선임의 변천 과정, 도슨트 등 전문인력양성, 지역미술계와 광주비엔날레의 관계, 지역주민과 세계인들의 시선 등 30여 년의 긴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그 시간 안에는 광주비엔날레의 시대적 배경이 녹여져 있으며, 정책적 현안, 경제적 문제점과 개선점, 지역적 염원 등의 경로가 아로새겨져 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가 세상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보도라는 형태로 기록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언론 보도는 광주비엔날레를 함께 경험하는 집단적 경험과 기억을 축적한 지역사회의 기록이자 사회적 기억으로서 민간기록물의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임선이 광주비엔날레 민간기록 수집 연구팀 연구원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

기고 주요뉴스
댓글0
0/300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