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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마약범죄 대응의 골든타임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력 2025.03.20. 17:37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18세기 대영제국은 청나라와 무역에서 극심한 손해가 발생하자 아편에 주목했다. 동인도 회사는 인도 벵골에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곧바로 청나라로 밀수출을 개시했다. 아편은 빠르게 퍼져 나갔고 1840년 아편전쟁에 이르게 되면서 청나라는 속수무책으로 몰락하게 되었다.

대영제국이 대청 무역수출품으로 아편을 선택한 이유는 마약 자체의 절대적인 수익성, 물질의 중독성, 운반의 용이성이라는 상업적 장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러한 마약류의 본질적인 특성들은 점차 악화를 거듭하면서 국제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해 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마약범죄의 양상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23년에 마약류 사범은 2만 7천 611명으로 전년도 1만 8천 395명과 비교하여 무려 50%가 급증했다. 이렇게 증가한 마약사범들로 인해 최근 교도소의 과밀수용 문제가 심각해지게 되었다.

광주·전남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광주에서 2013년 적발된 마약사범은 53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730명으로 무려 14배가 증가했다. 전남 역시 같은 기간 86명에서 483명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국가별로 마약류 범죄의 수준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의 숫자로 객관화한다. 통상 20점을 기준으로 안전성 여부가 판별되는데 한국은 2016년에 이미 20점을 초과했고 2023년에는 53.8점으로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오랫동안 마약 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불과 10년 만에 이토록 위험한 마약 국가로 전락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마약사범의 저연령화 현상이 영향을 미쳤다. 2024년 마약류 사범의 연령은 20대가 32.6%, 20대가 28.2%, 40대가 15.5%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40∼50대 연령층의 비율이 높았던 것과 비교된다. 마약사범의 저연령화 현상은 현재뿐만 아니라 장래의 수요 증가에영향을 미치는 확실한 변수다. 저연령층은 IT활용 능력을 강점으로 다크웹, 텔레그램, 암호화폐 등을 이용하고 해외우편, 던지기 등 과거보다 은밀한 비대면 거래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방식은 적발의 곤란성을 가중하여 체포를 어렵게 만들고 그 시간만큼 확산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게다가 한국은 마약류 가격이 비싸게 형성되어 있어 국제적 마약 공급책이 선호하는시장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필로폰의 경우 2021년 한국의 판매 금액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여 4배∼20배가 비쌌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사범의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과거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국가들의 사례들을 보면 결과적으로 부작용들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던 점에 비추어 처벌에 치중하는 대응은 주의가 요망된다.

현재 마약류 범죄에 대응하는 골든타임 시점에서 시급한 일은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이 동시에 시행되는 것이다. 먼저 일반예방을 위해서는 대국민 마약 예방 교육의 의무화와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젊은 층이 마약을 접하게 된 원인으로 호기심과 주변의 권유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교와 같은 공식교육 기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과정 전반에 마약예방 교육 편성을 의무화하고 취업 시 평가항목에 약물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규정을 수립하는 등 사회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특별예방을 위해서는 중독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 마약류 중독자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약을 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의학적으로 약물 중독을 '물질 사용 장애'로 분류하고 있는 것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치료적 접근의 절대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여건은 그러하지 못하다. 현재 전국 21개 마약류 병원이 지정되어 있지만 관련 예산은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마약류 사범은 증가하고 있는데 지정 병원들 조차도 이들에 대한 치료가 전무에 가까운 상황이다. 치료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향후 한국사회의 마약 문제의 심각화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치료를 실시했다고 하더라도 마약사범의 높은 재범율을 고려하면 치료 이후에도 단약을 위한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문제는 청나라가 망국에 이르게 되었던 아편전쟁의 역사적 교훈을 현실적으로 되새겨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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