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항만공사 졸속통합 논란에 전남광주 동부권 '발칵'

홍승현 기자
업데이트 2026.09.30. 10:35
신장식 “효과 분석 자료 없다" 비판
투자 감소 등 광양항 경쟁력 우려
노조·정치권, 성명 등 총력대응 예고
'강행 시 통합 본사 유치' 움직임도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전경.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합치는 통합 방안에 대해 전남광주 동부권의 반발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통합 효과를 뒷받침할 분석 자료나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없이 정부가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는 데에 따른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여수광양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서 4개 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가칭)’라는 하나의 기관으로 합치고, 기존 공사는 지역지사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겹치는 업무를 줄이고 국가 차원에서 물류 전략을 세워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난 1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강정일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여수광양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제공

하지만 여수광양항이 있는 전남광주 동부권에서는 예산과 투자가 특정 항만에 집중되고, 지역이 스스로 사업을 결정할 권한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양의 유일한 공기업이 사라지고, 지역 산업에 맞춰 발전해 온 광양항의 강점도 약해질 수 있어서다.

특히 해양수산부가 부산에 소재해 통합 이후 주요 정책과 예산이 부산 중심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해수부가 발표한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 계획도 부산·울산·경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광양항이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통합 효과를 분석한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해수부 등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통합 추진 과정에서 협의와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신 의원실에 ‘(항만)통합 효과를 분석한 자료는 없으며, 앞으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마련하면서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양시의회가 지난 7월 열린 제349회 임시회에서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에 대해 강한 우려와 계획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광양시의회 제공

관련 연구 현황을 묻는 질문에도 2011년 국토해양부가 진행한 연구 결과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는 4개 조직을 합쳐 얻는 효과를 연간 50억4천만원으로 추산했다. 통합에 드는 행정 업무와 여러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효과는 매우 작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역사회에서는 정부가 통합의 필요성과 이점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성현 광양시장은 항만이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경제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해수부·북극항로 관련 정책·각종 해양수산 기관들이 부산에 밀집한 상태에서 통합이 된다면 지방 항만들은 모두 쇠락하게 될 것”이라며 “효과가 확살하지도 않은 통합을 졸속으로 밀어붙인게 사실이라면 조속히 철회하고, 추후에도 통합을 추진하려면 모든 항만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지역사회·근로자와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도 대응에 나선다. 강정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안전건설위원장과 동부권 시의원들은 다음 달 초 성명을 발표하고, 시정질문을 통해 민형배 특별시장의 대응 방안을 확인할 예정이다. 통합이 강행될 경우를 대비해 통합 공사의 본사를 광양에 유치하는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광양시의회 역시 추가 성명을 발표하고 해수부 등 중앙부처를 찾아 지역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기연 광양시의회 의장은 “지역사회가 광양항을 키워왔다”며 “통합 이후 광양항이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거의 없는 ‘출장소’ 수준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의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홍승현기자 hon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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