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6개 부처 수장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전격 단행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친문 정치인 등 범여권을 결속하는 한편, 경제와 부동산 수장에 ‘정통 관료’를 전진 배치하면서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최근 나타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켜 국정 동력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6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주요 참모진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국방부·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 6개 부처에 이른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 컨트롤타워인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국토부 장관을 동시에 경질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증대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 등으로 국민 민심이 악화된 데 대해 기존 경제 라인에 책임을 묻고 인적 쇄신을 이루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후임자 모두 ‘정통 관료’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불확실성보다는 안정성을 택했다는 평가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형일 현 재정경제부 1차관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등 경제정책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책통이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홍지선 현 국토교통부 제2차관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를 거치며 주택·도시 정책을 다뤄온 현장형 행정 전문가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4성 장군 출신의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명한 것도 대내외적인 안보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강 후보자는 현재 주사우디 특명전권대사로, 합참 작전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훈련’을 축소하는 등 한국을 압박하는 가운데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거친 인사를 중용한 것이다. 특히 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등 진보·보수정부를 가리지 않고 중용됐을 만큼 조직 내에서 신뢰 받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또 다른 핵심 축은 ‘범여권 포용’을 통한 정치적 스펙트럼의 확장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6·3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극심했던 계파 갈등이 큰 영향을 끼쳤다. 또 이 대통령의 강한 지지층이던 젊은 여성층의 이탈도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신임 AI미래기획수석에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을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국혁신당은 6·3지방선거에서 조국 전 당대표가 낙선하고, 현 신장식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자강의 길’을 천명해왔다. 또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는 친문계 핵심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위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용혜인 의원이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헌정사상 첫 ‘90년대 장관’이 탄생한다. 용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침묵행진을 제안하면서 정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여성 관련 정책은 물론, 기본소득, 돌봄,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주요 의제로 내세우면서 인지도를 높여왔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전문성과 현장 경험, 실행력을 두루 갖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실용 인사이자 실력 중심 인사”라고 평가했다. 박지원 민주당 국회의원(해남완도진도) 또한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부동산, 청년세대를 위한 세대교체, 진보세력 통합 탕평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에선 대체로 평가절하하는 반응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정기조 전환 없이 장관만 바꾼 인사”라고 평가했다. 현직 차관을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데 대해서도 “경제·부동산 정책을 하나도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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