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는 광주·인권은 무안으로?···조직개편안에 우려

이삼섭 기자
업데이트 2026.08.19. 10:41
민주인권평화국 해체 뒤 인권담당관 무안청사 신설
“5·18과 인권은 뗄 수 없는 관계” 내외부서 우려 제기
2026 광주인권상 시상식에서 우간다 여성인권운동가 ‘실비아 아칸’(가운데)이 26번째 광주인권상을 받았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가 조직개편을 진행 중인 가운데 기존 광주시의 핵심 정체성이었던 ‘민주인권평화’ 기능이 두 개의 청사로 분리돼 우려를 낳고 있다.

18일 광주특별시가 마련한 통합개편안을 살펴보면 기존 민주인권평화국은 광주청사 행정안전부시장 산하의 ‘5·18민주국’으로 개편되고, 무안청사 기본사회부시장 산하에는 ‘인권평화담당관’을 신설할 예정이다. 기존 민주인권평화국에서 인권과 평화 부분을 별도 조직으로 신설, ‘이원화’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청 내부에서나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광주(옛 광주시)가 쌓아 올린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서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거꾸로 퇴보시키는 처사라는 우려다.

실제 광주는 5·18을 주축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로 도시 가치와 브랜드를 확장해 왔다. 그 결과가 ‘민주인권평화’로, 광주를 표현하는 핵심 브랜드이자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그간 쌓아온 가치를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5·18과 인권의 역사적·정신적 연계성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광주의 인권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국가 폭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했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인권 지도자들과 국제 사회 역시 5·18 정신과 광주의 인권 정책을 하나의 맥락으로 인식해 왔다.

게다가 5·18과 민주, 인권, 평화 등의 가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두 개의 청사에 나누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볼커 튀르크(왼쪽 두번째) UN 인권 최고대표가 지난 5월 14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 묘소를 향해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도 ‘전남과 광주가 함께 이루어낸 5·18 민주화운동과 민주·인권·정의·평화의 광주 정신을 바탕으로 통합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통합의 출발점인 광주 정신을 기구 개편 과정에서 축소·분리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법 취지에 완전히 역행하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조직을 통합해 발전시키기는커녕 핵심 기능을 떼어내는 방안은 인권·민주 가치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청 실무부서에서도 5·18 정신과 인권·평화 가치의 연계성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매년 5월 개최되는 ‘세계인권도시포럼’처럼 5·18과 연계해 해외 인사들과 소통하고 국제 이슈를 다루는 주요 사업의 경우 5·18 전담 부서와 인권 부서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인권·평화 기능이 무안청사의 기본사회부시장 산하로 이관되면 유기적인 협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광주특별시 한 관계자는 “5·18과 연계해 국제적 인권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기존 작업들이 부서 이원화로 인해 단절될 위기”라고 말했다.

오히려 민주인권평화국을 분리하기보다는 정책과 시설 업무를 분리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에도 5·18 관련 정책과 사적지·시설 관리, 보훈 업무가 한데 섞여 있어 업무 과부하와 메시지 상충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취지다. 문화·체육 부서처럼 ‘정책과’와 ‘시설과’를 구별해 전문성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에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특별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수정·보완될 가능성도 있다. 광주특별시는 조직개편안을 이번 주 입법예고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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