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가운데 광주·전남에선 일찍이 경쟁 없이 당선을 확정한 무투표 당선자가 8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독점적 정치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광주·전남에서는 기초단체장 2명,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원 35명, 기초의원 20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23명 등 모두 80명이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규모다. 전국 무투표 당선자 513명 중 광주·전남의 무투표 당선 비율은 15.6%를 차지했다. 광주·전남 인구가 전국 인구의 약 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비중의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특히 전국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자가 3명뿐인데, 2명이 광주에서 나왔다. 김이강 서구청장 후보와 김병내 남구청장 후보는 경쟁 후보 없이 단독 등록해 사실상 선거를 치르지 않고 재선에 성공했다. 광주를 제외하면 경기 시흥시장 선거가 무투표로 인해 실시되지 않았다.
시도 통합 이후 특별시의회로 새로 출발하는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경쟁은 사라졌다. 광주에서는 동구2·서구1·서구4·남구2·광산구4 등 5개 선거구에서, 전남에서는 무려 29개 선거구에서 단독 후보 또는 선출 인원과 동일한 수의 후보만 등록해 무투표 당선이 결정됐다.
기초의원 역시 광주 북구 다선거구와 광산구 라선거구, 전남 목포·여수·고흥·완도·신안 일부 선거구에서 경쟁 없이 당선자가 확정됐다.
무투표 당선자의 정당 분포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80명 가운데 당적이 민주당이 아닌 후보는 단 1명뿐이다. 기초의회인 광주 광산구 라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된 김명숙 진보당 후보가 유일하다.
문제는 무투표 당선 증가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광주·전남에서는 총 823명의 후보가 431개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당시 무투표 당선자는 63명이었다. 반면 이번 선거는 후보자 수가 771명으로 52명 줄었음에도 선출 인원은 440명으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경쟁률은 더 낮아졌고, 무투표 당선자는 4년 전보다 17명 증가했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민주당 일당 독점 체제의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수가 선출 인원 이하일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곧바로 당선을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선거운동도 중단되며 유권자는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평가할 기회를 충분히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투표 당선자에 대한 찬반투표 도입, 정당 공천 구조 개선, 소수정당 진입 장벽 완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유권자가 최소한의 평가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무투표 당선은 선거 비용을 줄인다는 장점도 있지만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과 검증이 사라진 상태”라며 “반복되는 무투표 당선 현상은 특정 정당의 독점 구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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