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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 격차’ 반영 못한 행정통합 특별법, ‘불균형’ 고착화 우려

입력 2026.02.09. 07:06
광주·전남 등 전국 3개 권역서 통합 추진
각 특별법마다 차이·특성 대신 획일화 진행
행안위 간담회서도 “불균형” 목소리 쏟아져
“국토·산업불균형 간과해선 안 된다” 지적
핵심 특례 119건 불수용에 지역민 우려도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역 국회의원들이 8일 오후 전남 무안군 국립목포대 남악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법 제정 간담회 직후 ‘과감한 재정·권한 특례 진짜 통합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간담회에서는 국회 계류 중인 통합특별법안 중 일부 특례를 정부 부처가 불수용한 데 대해 대책을 논의했다. 뉴시스

광주·전남 등 전국 3개 권역에서 시·도 행정통합 특별법이 잇따라 발의돼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인 가운데 권역별 ‘출발선 격차’를 반영하지 못한 채 특례가 획일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을 ‘행정·경제권역’으로 키우자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국토균형발전 관점에서 ‘형평성=동일한 특례’가 맞느냐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광주시와 전남도,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이 ‘전남광주특별시 통합 특별법안’에 담긴 핵심 특례에 대해 정부 부처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국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일괄적으로 법안소위에 회부해 심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현재 발의된 행정통합 권역은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3곳이다. 현재 발의된 통합특별법은 모두 권한 이양, 규제 완화, 재정 지원 등 ‘특례’를 큰 틀에서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특별법안들을 두고 각 지역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행정통합 특별법이 동시에 추진되다보니 각 지역에서는 다른 권역 특별법을 비교하면서 ‘우리에게 없는 특례’를 요구하는 식이다. 예컨대, 대전·충남지역에서는 ‘전남광주특별시’와 비교해 ‘충남대전특별시’ 특별법이 국가의 지원 항목에서 임의규정이 많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지난 8일 광주 동구청에서 진행한 광주·대전 구청장 간담회에서도 대전지역 구청장들은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통합특별법의 공통 기준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정·권한 특례의 기본 수준을 동일하게 맞추되 지역 특성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해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문제는 산업구조·인구소멸 위험이 다른 권역을 같은 선상에 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광역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에 대응하는 광역지자체를 만드는 게 목표지만, 더 큰 목표는 국토균형발전이다. 자칫 특별법의 획일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국토 불균형 피해를 가장 크게 받은 광주·전남에 대한 또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8일 오후 전남 무안군 국립목포대 남악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제5차 전남광주통합특별법 제정 간담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실제 광주·전남과 함께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부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등은 경부선 축 중심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 수혜를 입었다. 대전·충남의 경우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행정·과학·산업 등 국가연구 등에서 집중 배치를 받아왔다. 광주·전남의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충청권의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다.

광주·전남은 산업화 중심축에서 비껴나 산업 기반과 인구 규모가 크게 약화됐다는 문제의식이 지역사회에 축적돼 있다. 이 같은 ‘구조적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합특별법 특례가 동일한 수준으로 정렬될 경우 진정한 의미의 ‘국토균형발전’은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취임 초부터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호남에 대해 “특별한 보상”을 언급하기도 했고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대원칙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통해 구현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대원칙’이 행정통합 특별법안에서도 구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8일 오후 전남 무안군 목포대 남악캠퍼스 컨벤션홀에서 ‘5차 전남광주특별시 통합특별법 제정 간담회’를 열었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이날 간담회는 국회 발의 특별법안 협의 과정에 중앙정부 각 부처가 일부 핵심 특례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데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정부 각 부처는 전남광주특별법안 협의 과정에서 특례 374개 중 핵심 특례 119건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에너지 산업, 농·수산 분야 등 각종 인허가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취지의 특례 대다수가 정부 반대에 직면한 것이다. 이럴 경우 낙후된 광주·전남 발전 모멘텀을 찾는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강기정 시장은 “에너지 산업, AI와 반도체, 모빌리티 등 지역 미래가 걸린 첨단 전략 산업 특례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며 “기업 유치와 직결되는 핵심 특례 사업은 일자리를 만들고 통합하고자 하는 근본 취지와도 맞닿아 있는 만큼 지역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45개 특례 조문에 대해서는 정부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지사도 “대통령이 줄곧 ‘행정통합은 지방 주도 성장의 출발점 또는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중앙 부처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를 보면 통합 특별시에 해줄 게 없는 것처럼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동결의문을 내고 “AI·에너지, 농수산업 인허가 권한 이양 등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 특례를 반드시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4년으로 끝나는 지원이 아닌 항구적인 재정 지원체계를 명문화하고, ‘5극 3특’, ‘지방 주도 성장’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지방분권 철학에 걸맞은 재정·권한 특례를 특별법에 명시하라”고 밝혔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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