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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혈세 처방' 결별한 강기정 시장, 버스파업 '돌파구' 시험대

입력 2025.06.19. 21:16
시내버스 파업 장기화 따른 중재 압박 속 ‘정자세’ 유지
"당장은 파업 멈출 수 있겠지만, 고스란히 시민들 부담"
혈세로 생색 대신 준공영제 개편·요금인상 논의 정공법
시민들도 "버스요금 인상 필요"…적자 구조 개선 선행돼야
강기정 광주시장이 15일 오후 시청 브리핑실에서 시내버스 파업 관련 대시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 시내버스 파업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의 '정공법'이 주목받는다. 광주시가 직접 중재에 나서라는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노·사 합의를 통한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취임 직후부터 여러 차례 불법점거나 막무가내식 요구에도 굴하지 않았던 원칙론이 이번 시내버스 파업 때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강 시장은 시민 혈세로 당장의 파업을 멈추는 대신 시내버스 적자 구조 개선을 통한 자연스러운 임금 인상을 논의하자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세금으로 때우는 악순환을 끊고 준공영제 구조 개혁을 통해 버스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다만, 시내버스 파업은 다수 시민의 직접적인 불편을 초래하는 만큼 강 시장의 리더십이 한 차원 높은 시험대에 올랐다.

◆"강 시장 나서라" 높아지는 압박 수위

광주 시내버스 파업은 지난 9일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19일 현재 10일 째다. 노·사가 임금 인상 폭을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이 장기화 중이다. 노조는 사측에 임금 8.2% 인상을, 사측은 2.5%를 각각 주장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로 향했지만, 1차 조정 결과(3%)를 노조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파업 전 하루 1천대이던 시내버스 대수는 이날 기준 829대(82.9%)가 운영한다. 광주 시내버스 운전원 절반이 노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출·퇴근길, 통학길이 막힌 시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시민 불편이 이어지면서 광주시가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진다. 박필순 광주시의원(광산구3)은 지난 16일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강 시장이 "시내버스 노사 갈등 조정자 역할을 감당하라"고 주문했다.

시내버스 노조도 연일 강 시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예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광주지역버스지부는 지난 9일부터 광주시청 앞 야외잔디광장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광주시가 직접 임금교섭에 나서라는 압박이다. 사실상 광주시가 임금 교섭의 실질적 파트너로 지목한 셈이다.

광주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매해 1천400억원에 이르는 운영 적자분(운송원가-운송비용)을 버스회사에 지원한다. 현재 광주 시내버스 운송원가의 70%가량이 인건비다. 사실상 광주시가 책임 주체라는 의미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나서고 있는 10일 광주 서구 광천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대중교통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세금으로 손 쉬운 처방? NO

강 시장은 직접 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강 시장은 노조에 "지노위가 제시한 임금 3% 인상안을 수용하고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연일 메시지를 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임금 협상 파트너도 아닐뿐더러 지노위에서 합리적으로 도출한 방안을 노조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면에는 시민 세금으로 무책임하게 면피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조가 큰 폭의 임금 인상 뜻을 꺾지 않는 상황에서 광주시의 개입은 어느 식으로든 혈세 투입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원칙을 무시하고 지자체가 손쉽게 세금을 투입해 갈등을 해결하던 악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시장은 취임 이후 이어진 몇 차례 갈등에서도 일관된 행보를 보였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광주시사회서비스원 소속 보육 대체교사들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시청서 불법 점거농성을 벌였을 때도 같은 원칙을 따랐다.

광주시 관계자 또한 "노조의 8.2%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하면 당장의 파업은 멈추고 오해로 인한 시민의 비난은 피할 수 있지만 이는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파업 끝내고 구조 개선 논의

대신 강 시장은 파업을 끝낸 후 버스준공영제 전반에 대한 개선과 함께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 연장과 버스 요금 인상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시했다. 구조적 개선으로 임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취지다.

준공영제는 지난 2006년 처음 도입됐다. 2007년 196억원이었던 재정지원액은 지난해 1천402억원으로 7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반해 시내버스 요금은 2016년 교통카드 기준으로 1천250원으로 오른 이후 10년째 동결 중이다.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낮다. 인천·대구·대전·울산은 1천500원이다. 전반적으로 준공영제 제도 개선과 버스요금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지난 16일부터 3일간 '시내버스 파업 관련 온라인 시민의견 조사'를 실시해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 시민들은 대다수가 버스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파업보다 버스요금 현실화 등을 통해 임금 인상을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강 시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는 무조건 파업은 노동자나 사용자 그리고 시민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파업을 종료한 이후에 논의를 이어갈 협상 테이블을 구성해 버스 요금 현실화 방안을 포함해서 추가 임금 조정안을 논의하면 될 거로 본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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