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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온 '서남권 메가시티', 지자체 뭉쳐야 산다

입력 2025.06.11. 15:44
[광주·전남, 이것만은 꼭③] 서남권 메가시티
'신재생에너지' 이재명 정부 핵심 전략지로 부상
광역 간 연대 없인 실현 불가…거버넌스 구축 관건
"내부 분열 안 돼" 상호 선순환 '성장모델' 만들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광주신산업선 계획. 광주시

광주시와 전남, 전북을 아우르는 경제적 공동체인 '서남권 메가시티' 비전이 변곡점을 맞았다. 동남권이나 충청권 등에 비해 매우 지지부진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실현을 약속하면서 국가 균형발전의 전략 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서남권을 '신재생에너지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 속에서 서남권 메가시티의 차별적 경쟁력이 주목받는다. 새 정부에서 서남권의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 지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그전에 광역단체 간 강력한 연대와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전략도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간 서남권 광역자치단체들이 특별자치도, 공항 이전 등을 두고 타 권역에 비해 느슨한 연대를 보여왔던 만큼, 새 정부 초기만큼이라도 서남권 공동번영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4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 광주시가 내건 이 대통령 취임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서남권 메가시티, 왜 지금인가

서남권 메가시티 구상의 핵심은 '500만 광역 경제권'의 형성이다. 광주·전남·전북의 인구와 자원을 결집해 수도권과 동남권에 맞서는 새로운 국가 발전 축으로 격상하겠다는 비전이다.

서남권 메가시티 구상은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지역산업의 침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서남권이 타개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으로도 주목받는다. 광주와 전남, 전북이 개별적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초광역 단위로 묶일 경우 500만명의 인구와 광활한 국토, 산업별 특화 기능을 갖춘 '국가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새 정부가 국토균형발전 전략으로 5극·3특을 제시했지만, 서남권 메가시티는 이 범위를 넘어서는 성장 전략이다.

최치국 광주연구원장은 "호남권(서남권)을 다 합치면 500만명이 되는데, 그 정도의 인구 규모가 돼야 고급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자립적인 경제권 형성이 가능하다"면서 "광주전남이나 전북이 독자적 권역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메가시티가 되기 위한 조건은 광역 교통망 확충이 동반돼야 한다. 때마침 이 대통령이 서남권 메가시티를 공약함에 따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대통령은 세종-전주-광주-고흥으로 이어지는 '서남권 메가시티 고속도로', 광주연구개발특구-광주송정-미래차국가산단-영광으로 이어지는 광주 신(新)산업선을 공약했다. 이에 더해 서남권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기업이 집중된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순환고속도로' 구축과 송배전망 보강 등도 약속했다.

◆李 정책 핵심 '에너지' 특화 전략으로

이 대통령이 서남권 메가시티 공약으로 '서남권 에너지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점도 고무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인 '신재생' 전환에 맞춰 서남권 메가시티가 차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조건이 됐다는 분석이다.

서남권 에너지 경제공동체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광주시가 건의한 내용에 따르면, 에너지 순환고속도로(MVDC)를 구축하는 한편 송배전망을 보강하고 변전소를 대폭 증설하는 안이다. 또 분산 에너지 기술 중심 산업 육성과 차세대 전력망(통합발전소·직류전력망 등)을 활용한다. 결국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나주몽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분산에너지법이 이미 제정돼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지역에서 에너지 공사를 설립하고 전기요금을 차등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면 이는 보조금보다도 더 강력한 기업 입지 요인(유인책)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I 산업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고전력 소비 산업에 있어 전기요금은 핵심 입지 요인이다. 미국처럼 가스터빈을 활용해 에너지 기반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 산업 유치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시스템이 정착되면 산업 유치→일자리 창출→청년 인구 유입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도나 도로보다, 지역이 가진 신재생에너지라는 확실한 비교우위를 정책화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나 교수는 "전기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오지 말라고 하더라도 데이터센터와 같은 전기가 많이 필요한 산업들이 유치될 수 있다"면서 "서남권이 신재생에 더욱 특화한 전략을 갖춰서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남권 메가시티 핵심 '관문공항'

서남권 메가시티의 주축은 '서남권 관문공항'이라는 데도 이견이 없다. 서남권 메가시티 논의에서 '무안 관문공항'은 빠질 수 없는 퍼즐이다.

관문공항은 단순한 항공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서남권 전체의 산업과 물류, 관광을 세계와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특히 AI·미래차·에너지 산업 등 서남권이 주력으로 육성하려는 신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과 맞물린다. 현재 무안공항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서남권이 국가 차원의 전략 축이 되려면 관문공항은 필수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정부가 주도해 광주민·군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해 교통과 물류를 통합한 '서남권 관문공항'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치국 광주연구원 원장은 "서남권의 메가시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글로벌 접근성, 즉 자립적인 경제권을 형성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관문공항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광주민간공항과 군공항을 선별적으로 받겠다는 무안지역 정치권이나 무안공항과 새만금공항 간 경쟁 등은 위협 요소다.

관건은 지자체 간 공감대와 합의다. 최 원장은 "무안공항은 말 그대로 서남권의 대표 관문공항이고 새만금신공항은 지역 거점 공항이다"면서 "국가 차원의 노선 배정이나 시설 규모 측면,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안공항은 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장거리 노선 중심의 국제공항으로, 새만금은 단거리 중심의 지역거점 국제공항으로 기능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나주몽 교수는 "서남권 관문공항을 만드는 부분은 지역적으로 컨센서스(합의)가 형성돼야 하고, 그건 외부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거버넌스 체계를 통해 내부적으로 정리를 한 뒤 확실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유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이를 키워야 산다"…연대할 때

서남권 메가시티 논의에서 반복되는 난제는 '협력'이다. 행정 경계, 정치적 이해, 지역 간 경쟁 구도 등이 얽히며 그간 공동 협력이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최 원장은 "서남권 메가시티 구성에 대해서는 바텀업(상향식)으로 하겠다는 게 역대 정부의 생각이고, 아마 현 정부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다"면서 "호남권은 기존에 느슨한 형태에서 협력 체계를 이뤄왔는데, 강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게 현재로서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서남권역의 여러 협력사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지원을 중앙 정부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남권 관문공항에 대해서도 최 원장은 "이미 대통령이 무안군민에 여러가지 지원 방안을 제시해 설득하겠다고 했다"며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듯이 우리 내부 갈등으로 중요한 사업을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도걸 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동남을) 또한 "지역의 정치적 지도자들이 대대적으로 각성해 소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지금 광주와 전남이 뭉쳐도 타지역에 밀리는데 안에서 분열하고 있다"면서 "같이 살고 같이 죽는다는 각오로 광주와 전남의 지도자들이 뭉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민·군공항 무안 이전으로) 무안공항이 잘 되면 결국 배후도시인 광주가 잘될 수밖에 없다. 결국 상호가 선순환하면서 성장하는 생존모델이라는 걸 깊이 깨달아야 한다"면서 "지역 발전에 반하는 정치적 분열에 대해서도 지역 내부에서 과감히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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