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광주·전남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대선 모드에 돌입한 민주당이 지지세가 예전만 못한 광주·전남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친명·비명계 간 갈등으로 하나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지지층이 또다시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모임 초일회 간사를 맡고 있는 양기대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박지원 의원님! '이재명 대표 호남몰표 발언' 사과하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양 전 의원은 "박지원 의원님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남 전폭적 지지 필요' 발언을 해서 깜짝 놀랐다"며 "누구보다도 호남을 사랑하는 박 의원님께서 아직도 지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는 말씀을 한 듯해서 참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일 광주 기자간담회에서 정권교체가 시급하다고 운을 떼면서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로 석패했다"면서 "호남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 박지원을 지지해 주셨던 것만큼 93%, 95% 민주당 지지율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남이 더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셔야 정치 혁신을 할 수 있다"며 '호남 역할론'을 강조했다.
양 전 의원은 박 의원의 발언을 호남 역할론이 아닌 '호남 책임론'으로 봤다.
그는 "박 의원님의 발언을 접하고, 우리 민주당이 추구해온 민주적 전국정당의 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우리는 특정지역의 전폭적 지지에 의존하기보다는 전국 각지와 다양한 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호남만을 볼모로 삼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겨서는 결코 안정적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정체됐다고 해서, 이를 호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큰 잘못이다. 지난 대선 패배 원인은 호남 지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도권·충청권 등에서 민심을 제대로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에서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동시에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현상이 나타나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두고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라는 공동 목표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재명 대표가 여권 차기 대선 후보에 맞설 야권 후보로써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는지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과 호남 민심이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 적이 있다"며 "이 대표는 대권 도전에 나서기 전에 사법리스크 등 불안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 점점 목소리를 높이는 비명계와의 화합·통합도 어느 시점에선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호남은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당이 잘못 가고 있다면 매섭게 회초리를 든다. 호남홀대론이란 소리가 다시 나오지 않게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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