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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싸움의 목적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2.06.26. 20:26

선거가 끝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됐다.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부터 생각하면 거의 1년 동안 선거가 계속된 셈이다. 이제야 비로소 선거가 끝나나 싶었는데 새로운 선거가 다시 시작됐다.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당대표 선거가 시작됐고, 국민의힘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당대표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큰 싸움이 끝나면 작은 싸움이 시작되고, 작은 싸움이 끝나면 다시 큰 싸움이 시작되는 패턴의 반복이다.

지난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처럼 치러졌다고들 말한다. 지금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이 선거 역시 대선의 연장전처럼,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선후보 경선의 연장전처럼 치러지는 것 같다. 후보가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생각이나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근소한 차이로 졌다는 생각, 그러니까 책임지고 당대표 선거에 나오지 말라는 주장이나 그러니까 이재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주장 모두 작년에 치러진 후보경선의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대선에서 이긴 쪽이라고 해서 상황이 더 낫지는 않다.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현재의 대통령인 윤석열 후보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던 이준석 대표는 지금 자칭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과 사실상 지난 당내 경선의 연장전을 치르고 있다. 윤리위를 통해 당대표를 내쫓으려고 하는 이른바 친윤계 정치인들에 맞서 이준석 대표는 오히려 그들이 대통령의 생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상위의 뜻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당내 파벌간 대결이라는 점에서는 민주당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 상위의 뜻이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다. 사람들이 각자의 사적인 의지를 그 아래 굴복시킬 수 있는 상위의 뜻이 있어야 집단이 통합될 수 있다. 물론 그 뜻이 어떤 인격체의 사적인 뜻인지, 그 인격체조차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숭고한 가치와 이념인지는 더 중요하다. 그런 상위의 뜻 없이 단순히 이익만을 위해 뭉친 집단은 이익이 상충하면 서로 싸우고, 그래서 결국 해체된다. 국가가 그저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시장과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정당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집단일까?

정치학 교과서는 정당이 정치권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익집단과 다르다고 말한다. 기업 같은 집단이 정치적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는 해도 직접 그 결정권을 가지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 차이의 전부라면, 정당이 정치권력, 즉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정당은 그저 선거에서 승리해 정치권력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불과한가?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 정당보다 이 정당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지방선거 결과를 평가하는 토론회가 있었다. 발제를 맡은 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뚜렷하게 관찰되는 현상이 정당의 이념 상실이라고 주장했다. 흔히 포괄정당으로 분류되는 거대 양당은 물론이고 이념정당으로 분류되는 진보정당조차 이념적 차별성을 상실해서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이념을 위해 기꺼이 낙선을 각오하고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줄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당선가능성만을 보고 거대 양당으로 몰려들었으며, 그 결과 대규모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고 치열한 당내 경선과 달리 싱겁게 본선이 치러져서 역대 최저의 투표율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나는 각 정당이 자신의 이념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정립해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그러니까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이념이 없거나 약한 현재의 한국 정당들이 단순히 다당제와 친화적인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쉽게 이념정당으로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현재와 같이 정당들이 그저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계파를 형성해 권력투쟁을 벌이거나 그런 인물조차 없어서 헤매는 상태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다투는지 알 수 없는 싸움을 지켜보는 일반 국민의 심정은 그저 착잡할 뿐이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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