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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반목 속' 역대 최악 호남정치력 부재

입력 2023.12.06. 18:18
총선 5개월 앞…민주당 진단 <하>텃밭서 변방으로
광주·전남 국회의원 존재감 無
지역 현안 침묵 일관 발전 저해
계파·지역구 이기주의 정치력 부재
당대표 줄서기 정치 지역 공약 실종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9월2일 당지도부와 함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헌화, 분향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총선 5개월 앞…민주당 진단 <하>텃밭서 변방으로

지난 제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고 출마한 광주·전남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호남정치 복원'을 외쳤다.

내년에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을 준비 중인 광주·전남 지역 원외 출마예정자들도 입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호남정치 복원'.

지역 의원들의 호남정치 복원 다짐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이야기다. 그들의 다짐이 그야말로 '다짐'에 그치면서 4년여가 지난 지금 호남정치는 그로기 상태다. 중앙 정치 무대 한복판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것도 모자라 '민주당의 텃밭'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도 주류에서 비주류로 교체된 지 오래다.

이는 지역민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고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지역 정치인의 부재 속에서 민주당은 선거 때나 당이 불리할 때만 광주와 전남 지역에 찾아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로 시작해 "광주는 민주당의 어머니같은 존재"라며 표를 달라고 호소할 뿐 정작 호남이 필요로 하는 것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초선 일색인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존재감도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조차 자신의 지역구 현역 의원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니 말이다. 재선 이상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굵직한 정치 현안이 있을 때마다 지역 의원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의원에 따라서 각종 현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고는 있으나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7월 정부가 새롭게 지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통해 광주·전남 소외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났음에도 지역 의원들은 며칠동안 정부를 향해 쓴소리는 고사하고 이렇다할 공식적인 언급조차 거의 없었다. 당시 광주시와 전남도가 민선8기 상생1호 협력사업으로 추진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가 공모에서 탈락했다.

오히려 의원들간 계파, 지역구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반복되는 갈등과 반목이 호남 정치력 부재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를 여실히 보여줬던 사례가 바로 21대 국회에서 치러진 세 번의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이다. 최고위원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권리당원과 전국대의원이 호남에 집중돼 있는데도, 21대 국회 들어 '호남 단일 후보'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호남 의원 3명(한병도·서삼석·송갑석) 모두 지도부 진출에 실패하면서 호남 정치력 실종이 현실화됐다.

이는 지역 의원들의 역할론 부재와도 맞닿아 있다.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계파 갈등 속에서 호남표가 결집되지 못했다.

피해는 지역민들의 몫이다.

결국 지도부 입성 좌초로 지역 목소리를 대변할 소통창구 부재가 나타났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주요 현안도 공전에 공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지역 의원들의 무능이 지역사회발전도 가로막고 있다.

정점을 찍은 사례로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광주군공항 특별법이 지난 4월 통과됐지만 현재까지 이전 사업이 진척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지역 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금배지를 한 번 더 달고자 표밭관리를 위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는 기피심리를 자극하는 등 지역 정서에 편승하거나 악용하는 양태도 보이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리를 위해 당대표 줄서기에 나서면서 지역 현안이 밀리고 지역 공약도 실종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9월2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3일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농성 당시 너도나도 이 대표 옆자리를 꿰차 호위무사로 며칠간 활동한 것은 물론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의결 당시 찬성했다고 의심받는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에 사용하는 멸칭) 명단'에 들어간 지역 의원들은 페이스북이나 여러 통로를 통해 계속해서 적극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는 당시 바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는 입장을 내는 등 앞서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거나 늦장 논평을 내는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었다. 줄서기 정치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제3지대 '신당' 바람이 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당층'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에 이어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혁신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3지대 빅텐트 추진 여부가 주목된다.

'서진정책'을 주창하며 호남 민심을 두드렸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이준석 신당'에 대한지지 의향을 물어본 결과, 지역별로는 광주·전라 지역이 27%로 지지 의사가 가장 높았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현재 지역 국회의원들의 경우 굵직한 지역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중앙정치의 주도권은 가질 수 있겠냐"며 "현역 의원 중 당내에서 정책적인 슬로건을 내세운다든지, 청문회나 국회 운영 과정에서 탄탄한 논리대로 상대를 승복시키는 등의 이슈 파이팅 있는 정치인은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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