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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어젠다 망각 ‘묻지마’ 민주만 호소

입력 2022.03.14. 19:02
[고립된민주당](중)텃밭에서만 ‘왕’ 노릇
광주ㆍ전남선대위 '유명무실' 불만
'복합쇼핑몰' 등 야권에 밀린 정책 어젠다
민주당 “졌잘싸” 변명에 지역민 “지정못” 비판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2일 오후 광주시 서구 기아자동차 남문 앞에서 노동위원회 집중유세를 갖고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고립된민주당] (중) 텃밭에서만 ‘왕’ 노릇

'3·9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석패하자 호남에서는 '이재명은 이기고, 민주당은 졌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되찾아오고 172석의 의회 권력까지 몰아줬지만 후보 외에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정권을 넘겨줬다는 분노였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는 '복합쇼핑몰 유치'와 '흑산공항 건립' 등 지역의 해묵은 과제들을 오히려 국민의힘이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텃밭에서의 정책 어젠다 경쟁도 힘 없이 밀리는 꼴이 됐다.

호남 정치권은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라며 자기합리화식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지역민 사이에서는 '지정못'(지고도 정신을 못 차렸다)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표차는 24만7천77표(0.73%차).

대선이 끝나자 민주당 지역 정치권은 83~86%의 압도적인 지지에 감사와 위로를 전했다가 반감만 샀다.

찍은 표를 볼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가 광주·전남·북에서 가져간 44만6천869표(평균 12.86%)를 직시하라는 목소리였다.

호남의 높은 지지율에 편승해 대선 책임을 벗어나려는 행태를 지적받은 것이다.

대선에서 민주당 지역 공조직의 미미한 존재감은 이미 예견됐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범한 광주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는 선거 기간 내내 '유명무실'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0명으로 구성된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연직인 송갑석 시당위원장과 고등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2030으로 채워졌으나 '출범이 곧 활동의 시작과 끝'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할이 미진했다. 시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 일부 영향력이 큰 출마자들의 사적 인연으로 구성된 '얼굴 마담' 조직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말 이재명 후보까지 모시고 대대적인 출범식을 가졌으나 이후 선대위원장 중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이는 4~5명이 다였다. 언론에 알린 공식적인 활동 조차도 출범 이후 첫 전체회의, 전태일 증언대회장 방문, GGM 생산현장 방문, 친환경 사무실 개소 등 행사 참석이 전부였다.

2030을 위한 맞춤형 공약도,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생산적 제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공동선대위원장은 "사실 3~4차례 공식 회의와 행사 참석을 위한 소그룹 토론 말고는 역할이 없었는게 사실이다"며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이 많다보니 시당위원장과 상근 본부장의 지시를 따르는 마스크에 불과했다"고 자책했다.

광주·전남 선대위가 수많은 자생조직의 세력을 규합하고, 지역 맞춤형 정책공약을 제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도 망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에 대해 "지금은 소상공인 지원을 논할 때지 복합쇼핑몰 논할 때가 아니다"며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 지역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민간자본의 영역이라며 오랫동안 민의를 외면한 결과가 대선 내내 '왕 노릇만 할 뿐 지역을 모른다'란 꼬리표로 따라다녔다. 이 대표는 내친김에 흑산공항 문제까지 거론하며 지역 독점정치의 폐해라고 규정했다. 결국 민주당은 대선에서 지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정책공약 하나 내놓지 못하고 야당이 제기한 이슈에 항변하기 급급했다. 시대를 읽지 못하고 유력 지역정치인 중심의 구시대 선거운동도 입살에 올랐다. 오로지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세 과시적 성격인 특보단과 위원회 중심으로 임명장만 남발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였다. 정작 실무적인 역할을 맡아야하는 선대위 자리는 실무와 관계 없는 출마예정자들의 캠프 인사들로 채워져 주군의 '대선기여도'를 챙기는 역할 말고는 관심이 없다는 내부 지적이었다.

선대위보다 훨씬 이전부터 자발적으로 출범한 기본소득 단체와 각종 이재명 후보 지지포럼, 팬클럽들은 유명무실한 공조직으로부터 기본적인 도움도 받질 못했다.

자생 지지단체 임원들의 사적인 모임에서는 '중앙선대위에 어떤 실세와 연락이 닿느냐'가 최대 화두였다.

지지층 내부에서는 이런 공조직 역할 부재의 원인을 지역 국회의원들의 소극적인 선거 참여라고 입을 모았다. 이낙연계와 이재명계로 나뉘어 경선을 마치고도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시늉만 했다는 목소리였다.

지방선거를 두고 영향력 확대를 위해 선대위 '내 사람 심기'에 치중하고, 후보가 지역에 내려올 때만 나타나서 얼굴도장 찍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만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줄세우기도 바쁜 시점에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았다는 점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원인이다. 강력한 변화와 자기 혁신이 실종된 민주당의 현재 모습으로는 오는 6·1 지방선거 승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게 지역민의 우려다.

전남지역 기본소득단체 한 대표는 "민주당 지역 정치권은 경선 이후 말로만 '원팀'을 외쳤을 뿐 하나가 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며 "오는 지방선거에서 호남이야 미워도 다시 한 번이 통할지 모르지만 해체 수준의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국적으로 지방권력을 다 내줘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현주기자 press@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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