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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없는 불편만, 면피용 장애인시설

입력 2024.04.21. 19:11
①②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이 엇갈려 설치된 점자블록. 그 주변에 놓여 통행을 방해하는 라바콘과 공유형 자전거의 모습. ③광주경찰청과 ④광주 서부경찰서의 실제 건물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자안내도. ⑤광주 북부경찰서와 ⑥광주 남부경찰서에 설치된 점자안내도의 전원 코드가 뽑힌 모습.

“말로는 장애인을 신경 쓴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점자안내도 같은 편의시설은 사실상 없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광주시가 장애인친화도시를 선포했지만 도심 곳곳에서 장애인들의 불편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음 방문하는 곳이 익숙하지 않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도나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점자블록 등 편의시설이 기능을 못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광주시청과 5개 구청, 광주경찰청과 5개 일선 경찰서를 비롯한 공공기관 점자안내도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건물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점자안내도는 설치했지만 이후 새로운 정보를 반영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에게 사실상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건물 입구 앞에 의무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도가 있어야 한다.

이날 둘러본 서구청 점자안내도는 본관 1층에서 사라진 선별진료소와 어린이놀이방이 그대로 표기돼 있었다.

북구청도 맞은편 한의원 건물로 자리를 옮긴 일자리정책과가 본관 1층에 있다고 점자안내도가 가리키고 있었다.?

남구청 점자안내도는 전원 코드가 꼽혀있었지만 음성안내 버튼을 여러 차례 눌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광주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서 상황도 비슷했다.?

광주경찰청의 경우 지난 2월 조직개편 이후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일반 안내도 등은 곧바로 최신화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도는 수년째 방치된 상태다.?

서부서 점자안내도에는 과거에 사라진 강력계장실과 장애인접수대가 여전히 존재했다.?

동부서는 3층에 위치한 여성청소년수사팀이 1층에, 현재 존재하지 않는 사이버범죄수사팀과 112타격대가 4층에 있는 것으로 점자안내도가 안내하고 있었다.?

북부서와 남부서는 점자안내도의 전원 코드 자체가 뽑혀 사용이 불가했으며, 광산서는 점자안내도 자체가 없었다.

광산서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박모씨는 “점자안내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기관도 점자안내도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데 민간시설은 어떻겠느냐”며 “일반 안내도는 즉시 수정하면서 점자안내도는 그대로 두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서 관계자는 “점자안내도를 설치·관리하기 위한 예산이 별도로 편성되는 게 아니다 보니 건물 구조가 바뀔 때마다 최신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인도 곳곳에 깔린 점자블록은 훼손된 상태로 방치돼 시각장애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했다.?

중간이 끊기고 파손되거나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이 엇갈려 설치된 점자블록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점자블록에서 점형블록은 방향전환, 대기지점, 경고 등 위치감지용으로 선형블록은 목적지점까지 방향을 알려주는 방향유도용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돕는 역할은 한다.

전동 킥보드·자전거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PM)가 점자블록을 가로막은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북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정모씨는 “길을 걷다가 점자블록 위에 놓여진 킥보드나 자전거에 부딪힌 적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점자블록 위에 반납을 못 하도록 규제하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점자안내도나 점자블록을 비롯한 편의시설에 대해 꼼꼼히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기준 광주지역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6만9천20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2만7천670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었다.

장애 유형별로는 지체장애인이 2만8천238명(심한 장애 5천27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청각장애인 1만233명(2천384명), 지적장애인 7천721명(7천721명), 시각장애인 7천71명(1천309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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