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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시한에도 응답 없는 전공의...병원 지키는 의료진 고충

입력 2024.03.01. 14:54
복귀시한에도 전공의 대다수 미복귀
사실상 장기화 돌입…현장 피로도 증가
병원장에 맡긴 간호사 업무 범위 비판도
1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 병원 응급실 앞. 사설구급차에서 내린 환자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누가 먼저 꼬리를 내리느냐에 달렸네요.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맞서 열흘 넘게 무단결근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이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2월29일)에도 상당수 복귀하지 않으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전공의가 맡던 업무를 떠안은 간호사들은 만에 하나 의료사고라도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간호사가 뒤집어쓸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1일째인 1일 오전 9시께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실은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119구급차와 사설구급차에서 내린 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들을 쉴새 없이 응급실 안 '환자분류소'로 들여보낼 때마다 4~5명의 의료진들은 일사천리로 환자에게 달라붙어 상태를 확인했다.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의료진들의 다급한 목소리는 하루종일 들을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간 조선대학교 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공휴일이라 응급실과 중환자실만 운영되고 있음에도 치료를 받기 위한 환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응급실 뺑뺑이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2차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119구급차를 타고 재이송되는 환자들도 꽤 많았다.

의료진들은 1초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환자들을 돌봤다. 교수로 보이는 한 의료진은 지인과 통화하며 "원래 전공의가 할 일까지 떠맡게 됐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1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중환자실 앞. 한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복도에서 면회를 기다리던 보호자들도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의료진들을 바라봤다. 늘어난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보호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간호사에게 먹고 힘내라며 초콜릿을 건네는 보호자도 눈에 띄었다.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간호실습생 20대 이모씨는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로 인해 교수님들이 많이 지쳐 보인다. 끼니도 제때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했던 회진부터 거의 대부분의 일을 교수들과 남은 의료진들이 나눠서 하다 보니 점점 피로가 쌓이는 중이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전공의들의 업무를 떠맡은 의료진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고지한 복귀 시한에도 전공의 대부분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사실상 장기화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에 전임의들도 재계약을 포기하고 전공의 과정을 앞둔 의과대학 졸업생들까지 임용을 포기하게 되면 의료시스템이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걱정을 표했다.

전남대병원 PA간호사 A씨는 "수술 부위를 제외한 모든 부위의 드레싱을 간호사가 맡고 있다. 드레싱 자체가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는 아니지만 전공의들이 하던 거다 보니 업무가 늘어난 건 맞다"며 "다른 지역 병원에서 일하는 고교 친구는 코로나 검체 채취부터 의무기록까지 작성한다고 들었다. 지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발표한 간호사 진료지원 인력 시범사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조선대병원 간호사 B씨는 "아직 병원에서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된 건 없지만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병원장 재량에 맡긴다는 점이 상당히 걱정된다. 향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보장도 없다"며 "아직 의료사고가 나지 않아 괜찮다고들 하는데 진정 환자를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기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전남대병원 112명, 조선대병원 106명, 광주기독병원 30명으로 집계됐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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