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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불편 신고해달라더니···접수 제한하는 자치구들

입력 2023.05.25. 11:05
동·서구 5회, 남구 3회 신고 제한
업무과다·악성 민원 방지 취지
인권위 "횟수 제한은 권리 침해" 판단
안전신문고를 통해 불법주정차 불편신고를 접수한 모습.

"인권위원회에서도 불법주정차 신고 횟수에 제한을 두면 안된다고 했는데 최근 신고한 불법주정차 신고 중 3건만 인정됐습니다. 저녁마다 불법주정차로 도로가 난리이고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구청에서 단속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주민들의 정당한 신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권위원회 지침에도 불구 광주에서 여전히 주민신고제 횟수 제한을 유지하고 있어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불법 주정차 신고제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만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안전신문고를 통한 불법주정차 신고가 제한 없이 가능한 곳은 광산구와 북구뿐이다.

남구는 지난 2019년 3월부터 하루 불법주정차 신고 횟수를 최대 3회로 한정하고 있다. 동구와 서구는 각각 2019년 12월, 2020년 11월에 하루 최대 5건 신고 지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특정인이 해당 횟수보다 더 많은 신고를 접수한 경우에는 공무원들이 이에 대한 행정조치를 진행하지 않는다. 신고인에게는 횟수 제한으로 인해 신고가 '불수용'됐다고 통보한다.

안전신문고란 불법주정차·교통 법규 위반 등 생활 불편 사항을 주민들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불법·위협행위를 발견한 이가 해당 위치와 사진을 입력하면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도 첨부한 사진을 증거자료로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행정안전부가 주민 참여율을 높이고자 2014년부터 운영해 왔다.

광주 남구 봉선동 한 교차로에서 경찰과 구청이 합동 불법주정차단속에 나선 모습. 무등일보 DB.

주민 참여라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치구들이 신고 건수를 제한하는 것은 업무 과다와 악성 민원 때문이다. 횟수 제한을 두지 않으면 과도한 양의 신고가 접수돼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다.

특히 이들은 안전신문고를 통한 보복성·악의적 민원을 막기 위해 횟수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사람이 과태료를 부과한 이후 앙심을 품고 '불법주정차 사냥'을 하며 하루에 수백 건의 신고를 접수하거나 특정인에게 악감정을 품고 '보복성 신고'를 반복하는 경우 등이 잦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신고 제한이 국가기관의 지침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주민신고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신고제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발표했다. 인권위는 "횟수 제한은 주민들이 불법주정차를 신고할 수 있는 제도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악의적 반복·보복성 신고라는 예외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횟수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합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북구 관계자는 "앞서 횟수 제한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으나, 모든 신고가 불법성을 전제로 접수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지침에 따라 별도 제한 없이 안전신문고 신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남구 관계자는 "악의적 민원으로 또 다른 주민 불편이나 2차 민원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행정예고를 통해 1일 3회 제한을 뒀다"며 "주민 권익과 형평성에 맞춰 안전신문고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한달 간 안전신문고를 통한 불법주정차 신고 건수는 동구 900건, 서구 3천519건, 남구 1천307건, 북구 4천251건, 광산구 5천966건 등이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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