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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교육 4시간이 전부'···건설현장 신호수 어떡해

입력 2023.01.28. 12:16
광양서 레미콘 차량에 치인 신호수 사망
신호수 반드시 배치하도록 규정했지만
적정한 자격·인원·거리는 명시 안 돼
신호수 교육·안전수칙 준수 의무화 절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주와 전남지역 산업현장에서 지난 1년간 중대재해로 48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등 여전히 위험 속에 작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콘크리트 타설을 마치고 나오던 레미콘 차량에 신호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차량계 건설장비를 이용한 공사현장에서 안전통제를 담당하는 신호수의 경우 별도의 자격이나 전문기술 없이 하루 4시간의 기초안전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식상의 신호수가 공사현장에 상당수 있는 현실이다.

이에 건설현장 신호수를 대상으로 한 안전수칙을 법제화하고 안전 메뉴얼을 정비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오후 1시께 광양시 마동 와우지구 모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A(68)씨가 B(70)씨가 몰던 레미콘 차량에 치였다.

레미콘 차량 오른쪽 앞 범퍼에 치인 뒤 바퀴에 깔려 의식과 호흡이 없던 A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조사결과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해당 현장에서 일했으며, 사고 당시 주변에 다른 신호수는 없었다.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고용청 또한 사고 사업장이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이라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속하는 만큼 차량계 건설기계를 이용하는 모든 작업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작업계획서상 신호수 안전관리 수칙 준수 여부를 비롯한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신호수는 주로 차량계 건설장비를 이용하는 공사현장에서 안전통제를 담당한다.

굴삭기나 레미콘 차량, 덤프트럭을 비롯한 대형장비의 경우 사고가 났을 때 피해가 크기 때문에 신호수는 장비의 이동 경로와 이동 간 장애물 유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특이사항이 생긴다면 곧바로 운전자에게 알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눈과 귀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신호 업무만 담당하는 전담 신호수의 경우 안전한 위치에 배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안전을 위해서 운전자가 보이는 곳에서 신호를 해야 하며, 차량의 회전반경이나 이동 경로 내에서 신호하면 안 된다.

또 운전자에 눈에 쉽게 띄도록 빨간색 안전모와 조끼를 착용해야 하며, 현장 소음을 뚫고 운전자에게 위험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호각과 무전기 등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사현장에는 복장과 장비는 물론 교육지식을 갖추지 않은 형식상의 신호수가 많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신호수의 경우 산업현장에서 맨몸으로 노출돼있는 만큼 신호수 교육과 안전수칙 준수를 의무화시키는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송성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차량계 건설장비를 사용해 작업할 때는 신호수를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몇 명을',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을 배치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고도 적정한 인원이 적정한 위치에 배치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다. 신호수의 안전을 위해 위험하지 않은 장소나 장비와의 이격 거리를 명시하는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4시간만 이수하면 누구나 신호수를 할 수 있는 등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충분한 교육을 통해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호수도 위험요소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문적인 지식과 위급상황에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1년 동안 광주와 전남지역 산업현장에서 40건의 사고로 노동자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건은 7건에 그쳤으며, 사법처리는 단 1건도 없었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다 보니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노동계의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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