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학동에서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지원 출동 바란다."
지난 9일 오후 4시30분께 광주소방본부에서 서부소방서로 지원 출동을 명하는 지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박성관 소방장(38)은 대원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박 소방장이 본 사고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 이었다. 건축물 붕괴 잔해가 도로를 점령했고, 그 밑에는 승객들이 타고 있던 시내버스가 깔려 있었다.
박 소방장은 서둘러 건축물 붕괴 잔해에 짓눌린 시내버스 앞에서 진입로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진입로가 확보되자 박 소방장은 생존자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깨진 앞 유리창에서는 쓰러져 있는 중상자들이 다수 보였다. 그는 신속하게 생존자들을 버스 밖으로 내보냈고, 병원에 이송될 수 있도록 도왔다.
구조 활동에 전념하던 박 소방장은 시끄러운 현장 어디에선가 울려퍼지는 휴대폰 벨소리를 들었고, 소리가 향한 곳인 시내버스 뒷좌석 쪽으로 향했다. 가족들이 연락이 끊긴 버스 탑승자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었고, 소방 인력이 이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현장에서 건물 잔해에 매몰돼 지붕이 납작하게 짓눌린 시내버스 차체에 짓이겨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상태로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박 소방장은 "당시 대부분 사망자가 부모님 나이와 비슷한 연배였다"며 "돌아가신 분들을 직접 들것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속으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의 참혹함을 전했다.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힘겹게 한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시내버스 주 연료인 CNG 가스가 세어나오고 있었다.
박 소방장을 비롯한 소방 인력들은 서둘러 소방호스로 물을 뿌렸고, 버스 주변에 비산하던 CNG 가스를 가라앉혔다. 또 점화원이 생기지 않도록 불꽃이 이는 작업은 일체 진행하지 않았다. 해당 작업은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박 소방장은 "시내버스 CNG 보관함 벨브 1개가 사고로 떨어져 나갔고, 가스가 전부 세어 나오는 동안까지는 계속 물을 분사했다"면서 "잘못된 대응을 했다면 자칫 더 큰 화재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사망자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 나 처음엔 잠도 잘 못잤다. 합동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소식에 동구청을 방문, 그분들이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렸다"며 "소방관으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학동 붕괴사고처럼 대형 인재 사고는 처음 겪었다. 철저히 수사해 다시는 이번처럼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종찬기자 jck4151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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