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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습 119대원] "형체없는 버스 뒤편 휴대폰만 애타게 울려"

입력 2021.06.16. 12:35
박성관 소방장이 전하는 사고 구조 당시 상황
가족들 다급한 전화 벨소리가 매몰 위치 알려줘
CNG 가스 폭발 위험 소방호스로 힘겹게 잡아
광주소방본부는 지난 9일 건축물 철거 붕괴 사고 현장에 깔린 시내버스에서 CNG 가스 누출을 막긱 위해 물을 분사했다. 사진은 당시 소방본부가 촬영한 영상 편집본. /광주소방본부 제공

"광주 동구 학동에서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지원 출동 바란다."

지난 9일 오후 4시30분께 광주소방본부에서 서부소방서로 지원 출동을 명하는 지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박성관 소방장(38)은 대원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박 소방장이 본 사고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 이었다. 건축물 붕괴 잔해가 도로를 점령했고, 그 밑에는 승객들이 타고 있던 시내버스가 깔려 있었다.

박 소방장은 서둘러 건축물 붕괴 잔해에 짓눌린 시내버스 앞에서 진입로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진입로가 확보되자 박 소방장은 생존자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깨진 앞 유리창에서는 쓰러져 있는 중상자들이 다수 보였다. 그는 신속하게 생존자들을 버스 밖으로 내보냈고, 병원에 이송될 수 있도록 도왔다.

구조 활동에 전념하던 박 소방장은 시끄러운 현장 어디에선가 울려퍼지는 휴대폰 벨소리를 들었고, 소리가 향한 곳인 시내버스 뒷좌석 쪽으로 향했다. 가족들이 연락이 끊긴 버스 탑승자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었고, 소방 인력이 이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현장에서 건물 잔해에 매몰돼 지붕이 납작하게 짓눌린 시내버스 차체에 짓이겨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상태로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광주 서부소방서 박성관 소방장

박 소방장은 "당시 대부분 사망자가 부모님 나이와 비슷한 연배였다"며 "돌아가신 분들을 직접 들것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속으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의 참혹함을 전했다.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힘겹게 한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시내버스 주 연료인 CNG 가스가 세어나오고 있었다.

박 소방장을 비롯한 소방 인력들은 서둘러 소방호스로 물을 뿌렸고, 버스 주변에 비산하던 CNG 가스를 가라앉혔다. 또 점화원이 생기지 않도록 불꽃이 이는 작업은 일체 진행하지 않았다. 해당 작업은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박 소방장은 "시내버스 CNG 보관함 벨브 1개가 사고로 떨어져 나갔고, 가스가 전부 세어 나오는 동안까지는 계속 물을 분사했다"면서 "잘못된 대응을 했다면 자칫 더 큰 화재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사망자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 나 처음엔 잠도 잘 못잤다. 합동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소식에 동구청을 방문, 그분들이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렸다"며 "소방관으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학동 붕괴사고처럼 대형 인재 사고는 처음 겪었다. 철저히 수사해 다시는 이번처럼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종찬기자 jck4151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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