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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윤호21병원 화재 당시 긴박한 상황] 간호사들 긴밀한 대처가 환자들 살렸다

by 선정태 wordflow@srb.co.kr 입력 2020.07.11. 13:53 수정 2020.07.11. 15:08
훈련 상황 숙지하며 차분히 대피
간호사들, 고령 환자 업고 메고 이동
병원 인근 주민들도 구조에 동참
직원들 "돌아가신 분들께 죄송할 뿐"
10일 새벽 고흥 윤호21병원에서 근무하던 김명중 간호사는 화재 초기 발생 사실을 알리고 환자들을 대피시켰다. 사진을 순천 병원에 입원 중인 김 간호사.

"장대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는 칠흑 같은 밤, 환자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빨리 건강해지시라'고 했던 분들이 돌아가셔서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지난 10일 새벽 3시 40분께 고흥 윤호21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당시 야간근무 중이던 간호사들의 차분하고 신속한 대처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 간호사들은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입원 환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70대 이상 고령 환자들을 구슬리고 업어가면서 대피 시켜 구조를 기다렸다.

화재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병원 6층의 입원 환자였다. 아래층에 있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던 이 환자는 간호사들에게 "불이 난 것 같다"고 알렸고, 근무 중이던 김영중(30) 간호사 등 2명은 신속하게 1층으로 내려갔다.

지난 10일 고흥 윤호212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병원 간호사들은 화재발생 초기부터 긴밀하게 움직이며 환자들을 이동시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사진은 연기를 들여마셔 병원에 입원해 있는 간호사들.

1층 진료실 사이 복도 천장에 불이 난 것을 확인한 김 간호사는 주변의 소화기를 잡았지만 찰나의 순간에 불은 크게 번져 진압을 포기해야 했다. 연기를 곧바로 건물 위 층 곳곳으로 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같이 내려온 간호사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말한 후 병원 정문으로 내려오는 환자들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김 간호사는 비틀거리는 환자를 도와 탈출하다 무릎을 크게 다쳐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에서도 남자 간호사 기숙사의 문을 두드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상황을 알렸다.

다른 간호사들도 환자들을 대피시켰다. 이날 새벽 병원에는 3층 30여명, 5층 3명, 6층 42명을 비롯해 7층 격리실 환자 1명 등 9명의 입원 환자와 간호사 6명, 보호자들이 있었다.

지난 10일 고흥 윤호212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병원 간호사들은 화재발생 초기부터 긴밀하게 움직이며 환자들을 이동시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사진은 연기를 들여마셔 병원에 입원해 있는 간호사들.

화재가 발생한 지 몇 분도 안돼 연기가 건물 전체를 가득 채웠지만, 간호사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기를 들여 마시면서도 병실 환자들을 한데 모아 구조를 기다렸다.

곧바로 소방차가 도착, 3층 환자들부터 구조했다. 소방차 소리를 듣고 모인 인근 주민들도 합세해 환자들을 구조했다.

내려오는 환자들을 건물 밖으로 구조하면서 같이 나왔던 김 간호사는 다시 들어가려 했지만, 자욱한 연기에 진입을 포기했다. 대신 곧바로 도착한 소방관들을 도와 별관 매점 옥상에서 병원 3층 창문으로 사다리를 연결해 3층 환자들을 구조하는 것을 도왔다.

지난 10일 고흥 윤호212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병원 간호사들은 화재발생 초기부터 긴밀하게 움직이며 환자들을 이동시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사진은 연기를 들여마셔 병원에 입원해 있는 간호사들.

김 간호사가 건물 밖에서 3층 환자들을 구조하고 있을 때 6층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인도하며 옥상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6층의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은 대피 과정에서 유리창을 깨고 환기하면서 이곳을 통해 탈출할 수 있었다.

대피 과정에서 한 70대 환자는 '움직이기 힘들어 못 올라간다. 그냥 여기서 죽겠다'고 버티자 간호사가 직접 업어 올라가기도 했다.

또 다른 간호사도 7층 격리실에 입원해 있던 폐렴 환자를 업고 이동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면서 연기 화상을 입기도 했다.

김 간호사는 "군 복무 시절 화재가 발생해 대처 경험이 있는 데다, 얼마 전 신혼 집에서도 불이 나 대피한 상황이 있어 대처할 수 있었다"며 "병원 간호사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화재 초기 정문으로 탈출하려던 환자 중 두 분이 돌아가셔서 가슴 아프고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른 간호사들도 "지난해까지 소방서와 함께 화재 대처 요령을 연습한 덕에 병실 환자들을 한 곳에 모으고 동요 없이 차분히 대피시킬 수 있었다"며 "돌아가신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환자 구조를 도와주신 주민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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