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dilemma)라는 용어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표현으로 긍정적으로도 쓰이지만, 부정적인 의미로도 활용된다.
논리학적 관점은 처치하더라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의미 중에서 영미권과 일본,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에 놓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한다.
군공항 문제를 둘러싼 광주시와 전남도의 입장이 딱 그러한 듯하다. '부정적인 딜레마' 말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최근 하루가 멀다 싶을 정도로 격한 용어로 공방을 주고받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에 저러는 것 같다 싶었다가 서로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들어서 다 그만두게 만들고 싶은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걸 보면 확실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딜레마'가 맞는 듯하다.
공항 문제를 보면 누가 맞다 틀리다 할 시기는 이미 훌쩍 지나고 그저 '자기한테 유리한 주장과 해석'만 남아있는 것 같다.
광주는 광주만의 논리로, 전남은 전남만의 논리로 서로 팽팽히 맞서고만 있는데 과연 합의점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누군가 더 간절하다면 간절한 쪽이 '을'의 입장에 놓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 같은데 양쪽 모두 서로 '갑'의 입장에만 서려고 한다는 느낌이다.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내 주장에 따라야 한다' 고만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그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냥 흔히 쓰는 말로 '파토', 표준어로는 '파투'를 내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딜레마의 관점을 바꿔 통상적인 것이 아닌 '긍정의 딜레마'로 전환했으면 한다.
두 가지 선택사항이 모두 맘에 드는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다. 비록 경우는 좀 다르지만 말이다.
그동안 오랜 기간 동안 쌓인 불만과 불신이 단번에 사라지거나 해결되진 않겠지만 문제를 푸는 방법은 어찌 보면 단순할 수도 있다. 그저 모든 당사자들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속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일일수도 있지만 모든 일의 시작은 '대화' 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철원 취재1본부 부장대우repo333@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