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는 세계 최고봉이다. 네팔과 티베트 국경에 걸쳐 있는 해발 8천848.86m의 히말라야 한 봉우리로 지구에서 가장 높다. 이 세계 최고봉에 인간이 올라선 것이 올해로 70주년이 됐다.
1953년 5월29일 뉴질랜드 출신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처음 등정에 성공한 후 네팔에는 에베레스트 정복을 목표로 하는 원정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수만명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트레킹을 나서며 작은 농촌마을이었던 이곳은 호텔, 찻집, 산악 장비 가게가 즐비한 관광지로 변신했다. 수만 달러를 지불하면 정상까지 운반해주는 상업등반대도 생겨난지 오래다. 2천년대 후반부터는 수백명 단위로 에베레스트에 등반자들이 몰려, 한여름에는 베이스캠프에 1천여명이 운집하기도 한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살아온 소수민족 '셰르파'는, 이제 히말라야 등반가들을 돕는 가이드를 일컫는 이름이 됐다.
하지만 8천m를 넘어 정상으로 가는 길은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다. 전 세계 산악인과 모험가들에게 상징같은 에베레스트는 히말라야 8천m 이상 봉우리 중 비교적 난이도가 높지 않아 많은 이들이 도전에 나서지만 정작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르다 살아서 내려오지 못하거나 돌아오는 길에 목숨을 잃었다. 올해도 벌써 17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에베레스트의 상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나치게 등반객이 늘어나고 기후변화까지 더해지며 온통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
보다 못한 네팔 정부가 2014년 4월부터 등산객 1명당 8㎏의 쓰레기를 의무적으로 가지고 내려와야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또 매년 5월 29일을 '세계 에베레스트의 날'로 지정하고 히말라야산맥 청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9년 11t, 2021년 27.6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지난해에는 단 두 달간 모은 쓰레기양이 33.8t에 달했다고 한다. 실제 최근 한 셰르파가 공개한 영상 속 에베레스트는 빈 산소통과 텐트, 비닐 등 쓰레기로 발디딜틈 없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정상에 깃발을 꽂은 이들을 경외롭게 바라보았던 그 순간이 부끄러워진다. 인간의 이기가, 탐욕이 무섭다.
이윤주 지역사회에디터 storyboard@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