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약수터) 소형원자로

@박지경 입력 2021.12.02. 10:42

소형원자로가 화제다. 원자력발전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해지면서 미국과 유럽 몇몇 국가에서 탈탄소 에너지로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SMR 찬성론자들은 사고의 위험과, 안전비용이 크게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출력이 낮지만, 그 때문에 방사성물질 유출 위험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가 SMR을 중심으로 한 산업생태계에 집중 투자,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른바 '원자력 스타트업' 전략이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경제 도약을 위해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10여개를 지어 안정적 에너지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이 외에도 영국 등 유럽 5개국도 SMR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초기 탈(脫)원전정책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펴며 SMR을 강력히 추천해 왔다. 그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에서 "SMR 분야에서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 에너지 믹스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반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현 정부 정책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 1월20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1년도 업무계획의 '미래 세대를 위한 선도형 연구개발' 항목에는 '미래시장 다변화에 대비 SMR 기술개발 추진'이 있다.

반대 주장도 있다. '만들어진 적이 없으니 검증된 적도 없다'는 게 요지다. 해당 모듈이 재처리 기술을 이전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핵무기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해 공부하며 재충전 중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페이스북 글이 관심을 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1일 미국에서 만난 핵에너지 전문가 리차드 레스터 MIT 교수의 말을 인용, "이제 선진국들의 관심은 '탈원전'에서 '탈탄소'로 옮겨갔고 원전의 단점과 폐해를 보완하는 SMR로 모아지고 있다"고 썼다.

박 전 장관에 따르면 레스터 교수는 “독일이 탈원전을 선언하고 탄소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늘어났다”며 “탄소중립과 에너지대전환 이슈에 대해 원전을 빼놓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양광, 풍력도 중요하지만 이것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위해선 원전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다"며 "안전문제, 폐기물 문제는 기술개발로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때 언급된 '탈원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시대의 조류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정치화됐다"며 "한동안 신재생에너지에 몰입했던 미국·프랑스·영국 등은 그간 등한시했던 원전 특히 소형원전기술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도 탈원전을 신앙적으로만 추종하지 말고 이같은 국제 흐름에 발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경취재1부장 jkpark@mdilbo.com

슬퍼요
2
후속기사
원해요
10
댓글0
0/300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