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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보복의 정치 반복···링컨을 되새기다

입력 2022.06.23. 18:26
[제11기 무등CEO아카데미 제8강]
김봉중 전남대학교 사학과 교수
정권 바뀌면 다른 진영 청산작업
되새김·관용의 리더십 필요 강조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교수.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혐오, 증오, 보복…. 현재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상징적인 단어들이다. 정권이 바뀌고 진영이 달랐던 이들에 대한 청산 작업이 들어간다. 재차 정권이 바뀌고 이는 또다시 반복된다. 증오가 쌓이는 만큼 국민의 상처는 깊어지고 국가의 멍은 커져 간다. 대한민국, 이대로 지속될 수 있을까?

지난 22일 광주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무등일보 제11기 무등CEO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김봉중 전남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정치에 '되새김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엉망진창'이었던 미국이 수백년간 이어져 오며 세계를 제패한 데에는 바로 미국의 정치가 근원적으로 되새김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축복받아 성공적으로 시작한 줄 알지만 미국 초기 역사는 엉망진창이었다. 세계 역사에서 연방이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면서 "미국도 13개의 다른 식민지가 영국을 몰아내 연방을 구성했지만 치고받고 싸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너무도 다른 13개 주로 시작해 건국 이념이자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라는 가치를 꾸준히 되새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북부 출신 정치인이든 남부 출신 대통령이든 결국 국가 위에 자유라는 가치를 뒀기 때문에 일관된 흐름으로 역사를 쓸 수 있었다는 의미다.

무등일보 '제11기 무등 CEO아카데미'가 지난 22일 광주시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제8강 초청강사인 김봉중 전남대학교 사학과교수가 '링컨에게 우리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그는 "미국 대통령 역사를 보면 인기 없는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고, 자질 없는 대통령이 많았다. 그럼에도 미국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킨 것은 되새김을 잘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대통령이 앞선 대통령의 좋은 점을 되새기면서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만들어진 전통'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한 나라의 리더나 국민이 과거를 차갑고 어두운 시선으로 보느냐, 아니면 따뜻하고 밝은 시선으로 보느냐 하는 차이는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낳는다"며 "미국인들은 과거사의 어두운 부분보다는 밝고 긍정적 부분을 부각하고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미국적 전통과 가치관을 세우고 다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관용의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대표적 인물로 링컨을 주목했다. 남북전쟁이라는 처참한 내전을 겪은 미국이 지금까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미국으로서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내전 당시 링컨이 세운 '관용'이 후대 대통령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링컨이 전쟁을 끝내고 남부를 향한 첫번째 대응 원칙이 내버려두는 것이었다"며 "통일 이후 미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링컨과 그의 대통령들이 관용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승자의 관용은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었고, 미국을 하나로 결집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루스벨트와 히틀러는 비슷한 점이 너무도 많았지만 다른 게 하나 있었다. 히틀러는 정권을 잡고 이후에 원색적으로 이전 정권을 비판하고 악마의 짓을 합리화했다"면서 "루스벨트는 대공황 상황때문에 당선됐음에도 '선조들이 굳은 신념으로 두려움 없이 이겨낸 수많은 위험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감사할 일이 많다'고 미국의 기조, 가치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되새김과 관용의 차이가 히틀러라는 악마와 루스벨트라는 영웅의 사이를 갈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세계 역사를 볼 때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만큼 된 건 기적이다. 링컨이 가진 믿음이 우리에게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다"며 "결국 대한민국이 가진 가치를 믿고 확신을 갖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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