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에서 출발해 조도의 서거차도 항까지 운항하는 섬사랑10호가 뜨고 있다. 섬사랑10호가 운항하는 항로는 섬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조용한 섬 여행을 즐기는 섬 여행가들과 백패커(주로 백팩에 등산 장비나 식량을 넣고 다니며 자유롭게 산야를 거니는 사람들)들이 찾고 있다. 최근 들어 이 항로를 따라 여행하는 섬 여행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하는데, 그 항로를 따라 취재에 들어간다.
◆국내 최다 기항지 거치는 항로
국내 항로 거리와 항해 시간를 나열해본다. 길고 짧음을 비교해보자. 인천항~제주항(424.9㎞·11시간 30분, 현재 운항 준비중), 부산~제주 (313㎞·9시간), 목포~제주 (178㎞·5시간 30분), 목포~가거도 (233㎞·4시간 10분), 포항~울릉도(200㎞·4시간), 강릉~울릉도(178㎞·3시간) 묵호~울릉도(168㎞·2시간 40분~3시간 40분), 후포~울릉도(168㎞·2시간 30분), 인천~백령도 (191㎞·4시간), 목포~흑산도(86.7㎞·2시간), 목포~홍도 (129㎞·2시간 30분)
섬사랑10호의 항로 거리와 항해 시간은 목포~서거차도가 102㎞, 7시간 30분~8시간 30분 소요된다. 이 항로는 다른 항로에 비해 운항거리는 짧지만 기항지가 무려 32여곳에 이른다. 목포~서거차도 항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기항지를 가진 항로이며, 우리나라의 여객선 항로 중 항해 시간이 세 번째로 오래 걸리는 항로이기도 하다.
섬사랑10호는 국비 15억 원이 투입됐으며, 2009년 12월 23일 첫 항해를 시작했다. 이 여객선은 정원 100명, 차량 20대(승용차 기준)를 적재할 수 있으며, 최고속력 13.5노트(시속 18~20㎞)에 위성항법장치, 자동선박식별장치인 AIS, 여객편의 도모를 위한 냉·난방기 등 최신식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원래는 신해6호가 목포~서거차까지 운항했으나 차도선형인 여객선이 투입되고 항로가 짧아짐으로써 농수산물의 적기수송이 가능하고 관광객들의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 이 여객선은 목포에서 출발해 해남, 신안, 진도지역 섬 등을 거쳐 조도 서거차도까지 매일 한 번씩 오간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시하(해남군)→마진도→백야도→율도→고평도(신안군 장산면)→쉬미(진도군 진도읍)→저도→광대도(진도군 조도면)→송도→혈도→양덕도→주지도→가사도→소성남→성남도→옥도→내병도→외병도→눌옥도→갈목도→진목도→하조도 창유→상조도 율목→라배도→관사도→소마도→모도→대마도→관매도→동거차도 →서거차도 (32개의 섬 기항)까지 운항한다.
◆한국의 하롱베이 '조도군도' 까지
섬사랑10호는 오전 8시 30분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목포대교를 거치고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삼호조선소와 해남 화원반도가 보인다. 9시께 목포의 관문 목포구등대를 거치고, 시하수로를 지나 9시 20분께는 시하도에 닿는다.
9시 45분께 목포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퀸메리호가 오른쪽으로 지난다. 파도의 울렁거림으로 훼리호가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9시 50분께 신안군 마진도에 닿았다. 마진도는 장산도의 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왼쪽으로 멀리 13척의 배로 왜적 133척을 물리친 명량수로가 바로 앞이다. 백야도, 율도, 고평사도를 지나면 10시 20분께에 쉬미항에 닿는다. 쉬미항은 깊숙한 만으로 들어가며 가사도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진도읍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항이다.
11시 10분, 드디어 조도군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가사군도의 다도해 비경이 시작된다. 사자 모양을 한 광대도, 발가락 모양의 양덕도, 손가락 모양의 주지도, 구멍이 있다는 혈도가 파아란 바다에 아름답게 떠있다. 12시 30분 등대가 아름다운 가사도에 정박한다. 가사도 등대에 이르자 가사군도의 대소동도, 마도, 가덕도, 외공도, 접우도 섬이 주옥처럼 펼쳐진다.
훼리호에서 도시락을 꺼내 점심을 먹는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먹는 한 끼의 점심이 꿀맛 같다.
다시 오후1시, 소성남도에 도착한다. 섬 주위로 둘러 쳐진 해식애 절벽이 아름답다. 소성남도에서 대성남도까지는 불과 5분 거리다. 1시 40분 상조도의 돈대산과 하조도의 돈대산이 바로 앞으로 보이는 옥도에 도착한다. 옥도에서 서쪽으로 바라보자 기암절벽으로 기다랗게 둘러싸인 내병대도와 외병대도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환경부에서 특정도서로 지정한 백야도의 암릉이 멋있게 펼쳐진다. 오후2시 30분, 눌옥도에 드른 뒤 갈목, 진목도를 거친다. 이어 상조도의 유목(섬등포)을 거친다. 율목은 상조도의 전망대(도리산 전망대) 아래에 자리 잡은 상조도의 관문이다. 상조도와 하조도를 연결하는 조도대교를 건너자 우측으로 하조지맥인 돈대산과 신금산을 연결하는 능선이 기다랗게 조망된다. 3시 40분, 조도의 관문인 하조도의 창유항(어류포항)에 도착한다. 조도면은 진도군 7개 면 중의 한 면이며, 154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유인도는 35개, 무인도는 119개가 있다.
상조도 돈대산 전망대(도리산 전망대라고 한다)에 오르면 조도군도의 섬들이 마치 새떼처럼 보여 조도를 한국의 하롱베이라고도 부른다. 조도대교를 거치고 공사가 한창인 라배대교를 지난다. 왼쪽으로 조대 돈대산의 암릉이 멋지게 조망되고 멀리 관매도가 보인다. 이어 관사도, 소마, 모도, 대마도를 거치고 관매도로 향한다. 남쪽으로 관매도의 아름 다운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매도는 섬의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섬이다. 오후 5시, 드디어 관매도에 도착한다. 동거차도를 거치고, 여행의 마지막인 서거차도에 도착한다.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해 8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여정이 마무리된다.
◆ 아름다운 섬 여행길 손꼽혀
섬사랑10호가 운항하는 항로는 국가보조항로다. 국가보조항로는 선사가 사업성 부족으로 여객선 운항을 기피하는 항로를 보조항로로 지정하고 국가가 결손액을 지원해 도서주민의 교통수단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섬사랑10호의 목포~서거차도 항로는 도서지역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느림보 항로(시속 18~20㎞)이지만, 섬 여행을 즐기는 섬 마니아들이 여행하는 데는 최고의 코스다. 조도는 우리나라의 읍·면 중에서 섬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섬사랑10호의 운항 항로는 조도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경유한다. 여행 중 배의 좌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최고의 유람선 여행길이다.
목포~서거차도의 요금은 2만5천300원이지만, 7시간 30분 동안 즐기는 미니 크루즈 유람선 여행 항로는 우리나라에서 다도해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섬 여행길로 꼽힌다. 백패커들은 여행 계획만 잘 수립한다면, 원하는 기항지마다 내려서 한 달이나 두 달을 머무르면서 여행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이기도 하다.
섬 여행을 좋아하는 남도섬 여행밴드 회원 주춘옥(63·강원 태백시)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섬 여행 코스는 없는 것 같다. 8시간이 넘도록 아름다운 다도해를 바라보며 여행하는 코스는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안다. 가는 곳마다 감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춘옥씨는 1년에 서너번은 이 항로를 여행한다고 한다.
●여행 TIP
계획을 세울 때 출발한 날과 돌아오는 날의 일기예보를 확인해보고, 출발해야 한다. 습도도 안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잘 살펴보아야 한다. (습도가 80% 이상인 경우 해상에 안개가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섬주민이 살기는 하나 가끔씩 섬을 비워서 임시로 무인도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섬사랑10호 선장에게 문의하면 알 수 있다.
섬을 여행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섬사랑10호 선장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반드시 입력해야 한다. 섬사랑10호는 기항지에 항상 기항하는 것이 아니라, 기항지에 내릴 사람과 승선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항한다. 섬에서 반드시 승선과 하선 여부를 기항지에 도착하기 전에 선장에게 알려주거나, 승선할 때 섬에 사는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여행 중 어려운 일이 발생되면 섬파출소, 섬보건지소, 지방자치단체의 출장소를 방문하면 된다.
교통편
아침 8시 30분에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모든 섬 여행에서 중요항으로 조도 창유항과 쉬미항을 기준으로 활용하면 편리하다. 쉬미항쪽은 진도읍쪽이 가까워 택시 이용하면 편리하다. 진도 팽목항에서는 배시간에 맞추어 군내버스가 대기한다. 진도읍까지 30분 소요된다. 요금은 1천원이다. 진도 팽목항~조도 창유항 1일 약 30분 간격으로 수시 운행한다. 요금은 4천200원이다.
먹거리와 머물곳
기항지마다 민박집과 식사를 할 수 있는 민박집들이 많지 않다. 백패커 여행을 계획한다면 상관없지만, 이 코스는 먹고 자는 곳이 불편한 코스이다. 관매도, 상조도, 하조도에는 민박집이 많다. 가사도, 동거차도, 서거차도, 맹골 죽도에는 민박집이 있다. 대부분 민박집에서 식사를 겸한 곳이 많다.
주요 관광지
상조도 도리산전망대, 하조도하조도 등대, 관매도 8경, 병풍도 등 많다. 관매도 8경과 병풍도는 유람선을 대절해야 한다. 진도의 팽목항에서 출발하는 섬사랑 9호를 연계하여 여행하면 재미나는 섬 여행이 될 것이다. 창유항에서 도착해서 진도 팽목으로 가는 불편함이 있다.
준비물
장거리 여행이므로 간식과 물, 도시락 2개를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휴대폰충전기, 배낭에 개인적인 물품을 준비하면 된다. 섬에서는 카드가 사용되지 않으므로 현금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천기철기자 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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