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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최전선서 고군분투한 이름 없는 영웅들

입력 2022.03.07. 19:06
[광주·전남 코로나 발생 2년]
⑥코로나 사태 속 숨은 주역들·끝

[광주·전남 코로나 2년] ⑥코로나 사태 속 숨은 주역들·끝

'12만2천609명'

7일 0시 기준 광주 지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숫자다. 광주 동구 인구가 10만3천300여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한 자치구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가 코로나에 확진된 셈이다.

광주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면서 누적 확진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며 방역 현장에서의 피로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있다. 선별진료소 공무원, 역학조사관, 코로나전담병동 간호사 등을 만나 코로나 현장에서의 고충과 소망을 들어봤다.

김지연 광주 서구보건소 감염병관리과 주무관

◆긴 대기줄…"재난영화 다름 없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대기줄이 형성됐고, 검체소는 검사를 받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지연(31) 광주 서구보건소 감염병관리과 주무관은 서구 선별진료소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근무했다.

얇지만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방호복과 보호장구 등을 착용한 채 코로나 바이러스와 폭염, 한파라는 강력한 두 적을 맞아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계속해서 바뀌는 방역 지침도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 중 하나였다.

김 주무관은 "1월26일부터 코로나 진단검사 체계가 대폭 전환됨에 따라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면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민분들의 애로사항은 십분 이해하지만 선별진료소도 지침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 지침에 반하는 민원은 수용해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조예지 광주 서구보건소 감염병관리과 주무관

◆야근·주말근무 '일상'…"여행 가고파"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끈끈한 팀원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조예지(28) 광주 서구보건소 감염병관리과 주무관은 지난 1월부터 관내 역학조사 업무를 진행하며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확진자에 정시퇴근은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가 됐고 야근과 주말 근무는 일상이 됐다.

조 주무관은 "코로나 방역 지침이 간소화 되기 전까지는 코로나 확진자 동선파악을 위해 일일이 직접 폐쇄회로 (CC)-TV를 보며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고 대상자들에게 자가격리 관련 안내 연락을 하는 업무를 진행했다"며 "통상 확진자 한 사람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1시간정도 소요되다 보니 폭증하는 확진자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야근과 휴일 근무는 기본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달 중 3일 이상을 온전히 쉰 적 없이 매일 늦은 밤이면 퇴근을 하다 보니 높은 피로에 시달렸지만 팀원들의 응원과 결속력 덕에 이겨낼 수 있었다.

조 주무관은 "과장님을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솔선수범하면서 서로를 응원하다보니 힘들지만 버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상황이 나아진다면 오랜만에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그동안 못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마진영 코로나전담병동 팀장

◆31년차 간호사도 쉽지 않았던 현장

지난해 9월부터 전남대학교병원 코로나전담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마진영(53) 팀장은 올해로 31년차 간호사다.

오랜 기간 의료현장에서 근무한 만큼 상당한 경험을 가진 간호사였지만 코로나와 같은 전례없는 감염병 대유행은 단연코 쉽지 않은 현장이었다.

마 팀장은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고령의 환자들이 많이 입원을 했을 때가 몸과 마음 모두 힘들었다"면서 "고령이다보니 치매를 앓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는 움직일 수 없는 와상 환자들이 많아 아무래도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매일 사망 환자가 발생하면서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퇴원하면서 간호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마 팀장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퇴원하는 환자들을 비롯해 원내에서 코로나전담병동의 고충을 알아주고 지지해주다 보니 잘 버틸 수 있었다"며 "상황이 진정된다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최일선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하는 수고한 우리 병동 간호사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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