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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부터 광주 찾기까지...전우원, '우여곡절 사죄행보'

입력 2023.03.30. 18:54
전두환 직계가족 중 첫 사죄 행보
비자금 출처·미납 추징금 징수 과제 남아
사죄 환영하지만...진정성 우려도
30일 오전 12시33분께 고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27)씨가 광주 서구 치평동 모 호텔에 도착했다. 전우원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늦게와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자신의 할아버지인 고 전두환을 학살자로 규정하고 가족들의 초호화 생활을 폭로한 뒤 5·18민주화운동 유가족과 5·18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귀국한 손자 전우원(27)씨가 광주 땅을 밟았다.

특히 전씨의 이번 폭로·사죄 행보는 광주 학살 주범으로 꼽히는 전두환의 직계가족 중 첫 사죄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됨과 동시에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출처와 미납 추징금 징수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할아버지는 학살자"…검은돈 폭로에 '추징3법' 재부상

전우원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과 가족의 치부(恥部)를 폭로했다. 할아버지 전두환을 '학살자'로 규정하고 할아버지가 숨긴 막대한 비자금과 그 검은돈으로 가족들이 초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음을 토로한 것이다. '가짜' 의혹이 일자 신분증을 비롯해 전두환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구체적인 비자금 흐름까지 낱낱이 설명했다.

전우원씨의 폭로로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재수사하고 900억원이 넘는 미납 추징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하지만 현행법상 당사자인 전두환이 사망한 탓에 환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소급 입법의 문제가 있지만, 지난 2020년 발의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전두환 추징 3법'을 신속히 통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징3법은 ▲몰수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금전과 범죄수익을 포함한 그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도 불법 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하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등이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소급 입법 문제는 통과 이후의 얘기다. 여야할 것 없이 추징금 환수에 뜻만 같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출처에 대해 많은 의혹이 있었지만 가족이 구체적인 사용을 인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추징3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후손들에게 흘러간 비자금을 환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광주서 시민들과 소통 행보…"한국에 남겠다"

전씨의 광주행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입국과 동시에 마약 관련 혐의로 체포됐기 때문이다. 다만 전씨는 경찰이 스스로 귀국해 자수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29일 오후 7시55분께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풀려났다.

석방 후 곧바로 이동한 전씨는 30일 오전 12시33분께 광주에 도착했다.

광주 서구 치평동 모 호텔에서 하루 휴식 후 31일부터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던 전씨는 호텔 주변에 찾아온 광주시민과 유튜버 등과 소통 행보도 이어갔다.

이곳을 찾아온 시민들은 전씨를 향해 '전우원 파이팅', '고마워요, 전우원씨'라고 외치는 등 응원해줬다.

이에 전씨는 "따뜻한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다. 광주시민 분들 하나같이 너무도 따뜻하게 대해줘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5시30분께는 SNS 라이브 방송을 켜고 '한국에 남을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히며 시민들과 소통했다.


◆사죄 환영하지만…진정성 우려도

전우원씨의 사죄는 광주 학살 주범으로 꼽히는 전두환의 직계가족 중 첫 사죄 사례가 역사에 남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씨가 풀려난 직후 곧바로 광주행을 결정하는 등 사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월단체는 물론 광주·전남 시·도민들도 전씨가 광주를 찾아 사과하겠다고 한 점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환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씨의 이번 사죄 행보를 두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광주 학살의 또 다른 책임자 노태우의 아들 노재헌씨의 모습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전씨가 가정에 대한 불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5·18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양재혁 유족회장은 "진정하고 순수한 의미의 사과라는 것은 조용하고 조심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대 일방적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함께 일정을 조정하고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순수한 사죄의 의미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씨는 31일 5·18기념재단과 공법단체 5·18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 5·18 유가족과 부상자 등을 만나 사죄하는 시간을 가진 뒤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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