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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

산업역사 속에 아트가 스며들다

입력 2021.12.16. 19:18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43> 소촌 아트팩토리(S.A.F.)
광주 광산구 소촌농공단지 중심부를 걷다 만나는 풍경. 오래된 공장 골목 사이에 단지를 향하여 다방향으로 뻗어낸 컨테이너가 보인다.

공간탐구자와 걷는 도시건축 산책<43> 소촌 아트팩토리(S.A.F.)

언론과 SNS에서 '버려진 건물의 부활' '폐공장 리모델링으로 거리 되살리며 명소 등극' 등의 내용은 익숙하다 못해 많은 이들이 직접 경험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높은 건물과 무수히 많은 아파트가 개발되는 건축 시장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몇 년 사이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시장 역시 리모델링을 통해 색다른 공간 경험과 기존 도시에 레이어를 얹은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리모델링은 더 이상 대안이 아닌 필수로 건축 시장 내에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 필자에게 접수된 상담 또한 구옥(舊屋), 여관 등의 리모델링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 기존 건물을 잘 고쳐 씀에 대해 긍정적인 건축주들이 늘어나고 있음이 피부로 와닿는다.

필자가 이번에 독자들과 함께 산책할 광주의 건축 도시 모습은 서두의 리모델링 사례이다. 본래 기능을 상실한 기존 건축물과 재활용 컨테이너가 만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 광산구 소촌농공단지의 소촌 아트팩토리(S.A.F.)를 소개한다.


◆사회적 변화를 수용한 카멜레존(Chamelezone)

소촌 아트팩토리 건물의 측면을 바라봄. 왼편은 기존 시설, 오른편은 컨테이너를 통하여 새로이 이전 증축한 부위이다.

과거 광주직할시가 행정구역을 확장하면서 광산구가 편입되고 광산구의 개발을 촉진 시키기 위해 소촌동 일대에 소촌농공단지가 조성됐다. 지금의 소촌 아트팩토리는 과거 농공단지의 관리사무소이자 민방위 체험식 교육장으로 사용됐다.

1970~80년대 농공 중심의 산업구조는 시간에 따라 점차 변화했고 이에 따라 노후화된 산업단지에는=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대적 요구에 따라 문화생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 산업시설 도시재생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총 30곳이 넘는 곳에 추진됐다. 소촌 아트팩토리는 이 중 하나의 결과물이다. 기존 건축물 리모델링 및 공간개편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시 컨테이너를 해체 이전하는 리모델링 사업으로 다른 특수성을 가졌다. 2015년 설계공모를 통해 서울의 건축사사무소 에이엘엘과 씨인크 공동작품이 선정됐으며 2016년 3월 본격 개관했다.

소촌 아트팩토리의 연혁에 따르면 이곳은 도시와 산업구조의 변화, 문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기능을 새로이 입혀가는 카멜레존(Chamelezone)이다. 카멜레존은 '카멜레온(chameleon)'과 공간을 의미하는 '존(zone)'을 합성한 말로 기존 용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곳으로 변신한 공간이란 뜻으로 재생적 관점에서 의미가 깊다.


◆컨테이너의 얽힘이 만들어낸 '건축적 산책'과 '다양한 중정'

움직임에 따라 다양하게 보이는 매스와 외부공간. 관람자는 다양한 장면의 연속적 경험이 가능하다.

소촌 아트팩토리의 도입공간을 지나 부지를 둘러보면 재활용된 컨테이너의 '배치'가 흥미롭다. 컨테이너를 3개씩 이어 선형으로 확장된 총 27개의 매스는 띠가 되어 격자 형태로 얽히고 기존 건축물과 물리적·시각적 관계를 맺는다. 격자형으로 얽힌 컨테이너 매스와 대비되는 '보이드(void)'는 '다양한 중정(court yard)'이된다.

동선 역시 컨테이너처럼 얽히고 펼쳐져 관람자의 움직임과 시선에 따라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건축적 산책(architecture promenade)'을 가능하게 한다.

소촌 아트팩토리는 도시에서 홀로 큰 랜드마크가 아닌 기존 건물을 고려한 배치, 새로운 동선으로 관람자에게 작품과 더불어 흥미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컨테이너 재활용은 기존의 적층 방식으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컨테이너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해 사이 공간(중정)과 컨테이너 공간이 엮일 수 있는 컨테이너 보이드(void)를 제안했다. 컨테이너의 열은 실내공간으로 그 사이는 아트리움과 야외로 대비되는 공간을 제안했다." -설계자 김동규(경상대학교 교수, 전 에이엘엘 건축사사무소 대표)


◆빛과 문화 오롯이 받아들이는 '유리큐브'

아트리움(큐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순임 작가의 환상여행도 전시

내부 공간 컨테이너의 단위 모듈에서 나아가 사이공간(중정)을 내부화해 넓고 높은 층고를 가진 아트리움을 형성했다. 큐브미술관으로 불리는 아트리움에서는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가능하다. 폴리카보네이트 외장재료 사용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빛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반대로 밤이면 문화를 담은 라이트박스(light box)로서 소촌농공단지를 밝힐 것이다.

현재 소촌 아트팩토리는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의 종합체로서 광산구에서 나아가 광주 문화활동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광주에서는 유일하게 아르코예술극장을 통한 공연장 및 연습실 대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큐브미술관, 작은 도서관 등의 내부전시와 컨테이너 사이사이의 외부공간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컨테이너 너머의 '새로운 변화'

컨테이너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풍경.

컨테이너를 따라 걷다 보면 컨테이너 끝단 오픈부에 소촌농공단지의 모습이 프레임에 걸린 작품처럼 보인다. 과거 1970~80년대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노동 장소로서 가치를 지닌 곳. 이제는 힘을 다해가는 농공업 단지와 그 너머에 한참 개발 중인 아파트단지의 현장이 겹쳐 광주의 과거와 현재가 더 극단적으로 보여진다. 광주 도시 한편에서 산업 역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이곳은 소촌아트팩토리를 구경하는 또 하나의 묘미가 아닐까.

최근 광산구의회에서 한 의원의 발언과 함께 광주산업구조 발전에 따라 소촌농공단지의 재계획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촌아트팩토리 역시 부지 내에 '도시 바람길숲' 사업으로 숲과 공원이 조성되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도시와 사회변화에 발맞추어 어떤 문화를 생산해나갈지. 10년 뒤, 20년 뒤 내가 본 컨테이너 끝 오픈된 프레임에는 지금과는 다른 어떤 도시 모습이 전시될지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김예은 로그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예은 건축사는

건축을 통하여 삶을 기록(log)하고자 건축주와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20대 끝자락의 건축가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태어나 살아왔고 배우며, 활동하고 있는 광·전남 지역의 건축가로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현재 로그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전남대학교에서 설계 스튜디오 강의와 다양한 민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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