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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명량'과 '한산'을 통해 배우는 상상력과 창의력

입력 2022.08.07. 14:42
문화리뷰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영화 '한산' 속 거북선 모습

세계 석학들은 4차산업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명량'과 '한산'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의성'과 '상상력을 통한 창의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화 '명량'에서 울돌목의 좁고 빠른 물살을 활용하여 적을 섬멸하는 것, 영화 '한산'에서 좁은 견내량에 정박한 왜군을 넓은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하여 학익진(鶴翼陣)을 펼친 것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이순신 장군의 창의성이다. 왜군에게 유리한 백병전을 피하고, 아군에게 유리한 적정거리의 함포사격으로 적을 섬멸할 수 있었던 원인은 현자총통, 지자총통, 그리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판옥선이 아군에게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응용하고 융합한 '거북선'의 창의성이 없었다면 이러한 역사와 영화도 없다.

영화 '한산'의 오프닝에서는 거북선 '복카이센'에 대한 일본군의 두려움으로 시작할 정도로 거북선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거북선에 대한 정확한 실체가 없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이 임란 200년 후 정조 때 그린 귀선도와 충렬사의 '삼도수군 조련전진도' 등의 거북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거가 빈약하다. 따라서 영화감독 입장에서는 거북선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우선 거북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용머리가 중요하다. 영화 '한산'에서는 연기를 내뿜는 용머리를 버리고 함포사격 용도의 용머리를 선택하였다. 따라서 현자총통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크기, 즉 선체의 가로 비율 3분의 1 크기로 용머리를 대폭 키우고, 그 위치를 함포들의 높이로 정렬하였다. 또 동시대의 '간재집(1592)'을 근거로 거북선의 머리가 거북이 목처럼 들락거리도록 하였다. 때로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3층 거북선과 2층 거북선을 구형과 신형 모델로 모두 출정시키는 상상력을 발휘하였다. 논란거리도 적지 않다. 영화 '한산'에서 거북선의 충파, 판옥선의 빠른 선회력(회전력), 그리고 영화 '명량'에서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쇠사슬을 설치 등이 논란이 되지만, 그것이 오히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영화 '한산' 속 거북선을 건조한 인물 나대용의 모습

영화이기에 스토리텔링의 창의성도 곳곳에 숨어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명량'에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라는 말과 글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순신만의 창의성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말이다"라는 스토리텔링이 나왔다. 그리고 학익진을 '바다위의 성'이라고 작명한 것도 상상력을 통한 창의성의 발현이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블록버스터 영화 '적벽대전(2008)'으로 추정된다. 인물 대신 전투 하나에 집중하고, '10만 군 vs 100만 군'의 불가능한 전투를 대승으로 바꾼 제갈량의 지략을 이순신의 '명량', '한산', '노량' 대첩의 모티브로 삼는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창의력이다. 그러나 '적벽대전'은 허구이다. 반면 '한산대첩'과 '명량대첩'은 진실이다.

난중일기 1597년 9월 16일자, 명량의 승전 이후 이순신 장군은 "이것은 실로 천행(天幸)이었다"라고 기록하였다. 8년 전의 영화 '명량'도 시의적인 천행이 따랐다. 전 국민이 가장 힘든 시기에 위로와 희망이 되어준 것이다. 김한민 감독은 많은 비판과 시행착오를 통해 8년 간 절치부심했을 것이다. 그 방법은 각종 사료와 설을 토대로 해전에서 가장 실용적인 방법을 찾는 일이다. 상상력의 힘은 '진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역사 영화를 단순히 "재미있다 없다"라고 보는 것보다 다양한 호기심을 갖고 음미하길 바란다. 4차산업시대에 가장 필요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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