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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박석호 입력 2021.01.13. 09:32 수정 2021.01.13. 18:35

새해를 맞아 며칠 전 30대 후배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선배.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돈도 많이 버시고요. 저는 은행 빚으로 주식에 투자해 돈 좀 벌었어요. 선배는 정보도 많은데 어디에 투자하셨어요?"라고 물었다. 한 참을 고민한 끝에 "난 안했는데…"라고 답했다. 그 순간 1977년 발매된 가수 김정미의 '나는 바본가봐' 노래 제목이 스쳐 지나갔다. 최근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 투자해 큰 돈을 벌었을텐테, 나는 그동안 뭐했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은 요즘 착잡함과 함께 심리적 박탈감까지 느낀다. 투기 안 한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가 된 느낌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면서 실물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백신이 조만간 도입된다고 하지만 이 악몽이 언제 끝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의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기 회복과 소비 자극'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투기수요에 몰리면서 실물과 금융자산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주식시장을 보자. 시중에 넘쳐나고 '코로나'로 투자처를 잃은 천문학적 유동자금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돈이 된다'는 맹신에 휩쓸린 동학개미들까지 뛰어들면서 코스피는 단숨에 '3000시대'를 맞았다. 거침없는 주가 상승세에 온 국민이 '주식 열병'을 앓고 있다. 학생들부터 노인들까지 두 사람만 모이면 주식 이야기를 한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과거 40·50대 위주에서 미래의 수요층인 20·30대들이 영혼까지 끌어가며 아파트 구매에 나서고 있다. 수억 원을 대출 받는 것은 기본이다. 전세난과 외지투기세력으로 촉발된 아파트 투자 열풍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지방까지 확산되면서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자 너도나도 집값 부풀리기에 동참하면서 부동산 거품은 커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에서라도'대박'을 터뜨리고 싶은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오죽했으면 젊은이들이 빚까지 내가며 주식시장에 올인하겠는가. 하지만 불안심리 때문에 일확천금을 위해 타당성도 검토하지 않고 군중심리에 휩쓸려 시중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보통 투자할 때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실패할지 몰라도 나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과신한다.

실물경제가 만들어내는 결과물 이상의 자산 거품은 금리 인상 등 특정 요인이 생기면 풍선처럼 터지기 마련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초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면 빚더미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할 수 밖에 없다. 주식과 부동산 광풍은 심리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된다. 생산적인 노동 대신 자산 투자에 빠지고 한탕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스타 경제학자 하노벡 교수는 저서 '부자들의 생각법'에서 "부자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이 질문에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운'으로 얻은 부는 금세 사라진다"고 말했다.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집단의 뒤를 따르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올해는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꿈꿔본다. 분노 대신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세상. 돈 버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정직하게 땀 흘리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박석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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