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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없는 無等에 대한 시민 사랑은 신앙에 가깝다

입력 2022.06.02. 19:10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⑤광주역(상) 달빛 철도 심장 빛고을
화려하지 않는 도시지만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도시가 바로 광주이다. 사진은 광주역 내부 전경.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⑤광주역(상) 달빛 철도 심장 빛고을 

옛 영화 차분히 기다리는 광주역 

언제나 넉넉한 품 내어주는 명산  

유네스코도 인정한 세계지질공원 

배고픈다리 지나면 ‘예향’과 만남 

작가들의 거리 운림동 ‘아트벨리’ 

한평생을 산수 속에 살아온 의재 

광주는 화려하거나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숨겨진 도시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 민주주의 심장 광주를 글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광주는 예향, 미향, 의향의 특색을 모두 갖춘 독특한 도시다. 숨어있다가도 언제든 숨겨진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가 광주다. 

광주를 보지 않고 한국 민주주의를 말할수 없듯이 광주의 숨겨진 곳은 고즈녁하다가도 갑자기 스펙타클하게 모습을 바꾼다. 그래서 광주를 보려면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달빛 철도 심장 매력의 도시 광주는 마음까지 열어야 비로소 본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 한다.


◆ 문화광장 조성에 푸른길 연결

처음 광주역에 내리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다. 그 한가로움에 광주를 대표하는 역일까 할지도 모른다. 호남을 대표하는 도시 광주역은 수십년째 관문 역할을 해오다 달빛 철도 관문 자리를 6년 전 송정역에 내줬다. KTX 중심 역할을 송정역에 내준 뒤로 광주역은 쇠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역은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달빛 철도가 연결되는 2030년쯤에는 옛 영화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역은 오는 2025년까지 국비와 시비 등 1조 2천억원을 투입해 호남권 최대 상업타운과 문화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광주역 앞에 대단위 문화 광장이 조성되고 도심을 가르는 푸른길 공원이 광주역까지 연결되는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광주 남쪽을 길게 관통하는 숲길이 연결되고 민자 유치를 통한 상권 복원은 물론 달빛 내륙 철도가 완공되는 오는 2030년께는 호남의 관문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다. 호영남 사람들이 광주의 매력을 함께 누리는 꿈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중심사 입구 전통문화관.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 입석대·서석대만 봐도 탄성

광주를 다녀와서 무등산을 보지 않으면 광주를 보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 광주에 들어서면 어디에서나 무등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광주가 무등이고 무등이 광주"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에서 1천m 이상 고봉을 곁에 둔 세계 유일의 도시가 광주다. 그러니 광주 사람들의 무등산 사랑은 특별하다 못해 거의 신앙에 가깝다.

무등(無等)산은 이름처럼 차별하지 않고 누구든 무차별로 받아는 주는 산이다. 무등은 광주 사람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지금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 북적대는 광주상징 국립공원이다. 여기에다 무등산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 지질공원이다. 무등산 봉우리 입석대와 서석대를 찾는 이들은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는가"라는 탄성을 내뱉기 일쑤다. 규모와 외관으로 압도하는 것이다.

무등산은 산 자체 가치도가 높지만 서서히 둘러봐야 할 문화 공간이다. 그곳에는 광주의 기나긴 역사와 예술혼이 오롯이 살아 숨 쉰다. 무등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래도 예향 광주의 예술혼을 보려면 증심사 입구 쪽으로 가야 한다. 무등산 증심사 입구에 들어선다는 것은 광주 문화 초입에 들어선다는 의미다. 그곳으로 가야 광주가 왜 예향인지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을 체험하는 공간인 광주 전통문화관은 광주시 동구 증삼사 입구에 있다. 이곳 주변으로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 미술관 등 남도의 문화의 흥을 느낄 수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 초지일관 전통 남종화 계승 정신

소태동 배고픈 다리를 지나면 서서히 광주의 예술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의재로'로 불리는 무등산 중심산로는 의재 허백련을 기리는 도로다. 의재 허백련은 1891년 진도에서 태어났다. 추사 김정희의 격찬을 받았던 소치 허유가 증고조다. 의재 허백련의 산수화와는 문인화 전통 남종화를 계승하려는 초지일관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의재 허백련이 은거하고 몸을 맡긴 운림계곡을 '의재로'라 칭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소태동 배고픈 다리를 지나 의재로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국윤 미술관'이다. 2008년 개관한 국윤 미술관은 국중효 작가와 윤영월 작가가 만나 탄생시킨 미술관이다. 국씨와 윤씨가 만나 상설전시장을 열어 관람객을 맞는다. 격조 높은 작가들의 개인전과 기획전이 수시로 열리는 공간이다.

다음은 운림중에서 좌회전하면 만날 수 있는 곳이 우제길 미술관이다. 색면 추상의 광주를 대표하는 서양화가 우제길 미술관은 미술관 자체가 빼어난 작품이다. '한국 현대 미술 대표작가 100인'으로 선정될 만큼 남도의 빛을 대변하는 작가다. 그림에 문외한이 보더라도 찬란한 빛만큼은 선연히 다가온다. 우제길 미술관은 야외 조각공원, 공연장, 카페 등으로 지역사회와 예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그림에 취해 조금 출출할 즈음 붉은 벽돌 건물 수자타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수자타는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무등산의 시원한 계곡물이 초여름 더위를 제어하기 시작한다. 계곡물에 마음을 여는 순간 사람들 소리가 시끄럽다. 광주문화 관광 1번지 전통문화회관으로 향하는 바쁜 발걸음들이다. 광주 전통문화관은 커다란 현대식 양옥 형태다. 광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이곳은 솟을대문을 통과하면 너덜마당, 야외 공연장, 전시관이 손님을 맞는다. 무등산 서석대 입석대를 빗대 '서석당', '입석당'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곳에서는 남도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걸쭉한 축제가 펼쳐져 남도 문화의 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널찍한 주차장을 건너면 세련된 감각으로 무장한 무등현대미술관이 발길을 붙든다. 무등현대미술관은 광주 미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다. 현대 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기획전시, 초대 전시, 특별전시해 일반인들에게 심미안을 넓혀주는 고마운 곳이다.


◆ 오솔길 양옆 춘설헌 향기 가득

아트 밸리의 종착지점 드디어 의재 허백련(1891~1977)을 만날 차례다. 의재 허백련은 무등산계곡에 은거하면서 예술가로서 세속적 성공과는 담을 쌓고 치열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위대한 예술혼의 대명사다. 의재가 무등산에 살아서 산은 훨씬 풍요로워졌다. 그의 그림 하나하나에는 무등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사람들은 의재를 일컬어 남종화의 대가라 불렀다. 남종화는 수묵과 옅은 담채를 활용해 내적세계를 추구한 품격의 그림이다. 남종화는 호남화풍의 최고봉으로 의재에 와서 활짝 만개했다. 추사 김정희도 인정했다는 소치 허련으로부터 꽃피우기 시작한 남종화가 무등산에서 만개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2001년 문을 연 의재 미술관은 의재 허백련 작품을 집대성한 곳이다. 의재 미술관은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를 꿈꾼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무등산의 부드러운 곡선과 의재 미술관의 선이 만나 자연스럽게 면과 선이 조화를 이루었다. 2001년 한국건축물 대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과 예술성이 뛰어나다. 의재 미술관은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건축과 자연이 만나 한편의 서사를 이룬다.

의재 미술관 상설 전시실에서는 의재 선생의 작품과 유품을 볼 수 있다. 재수 좋은 날엔 미공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을 나와 무등산 계곡을 건너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계곡을 건너면 관풍대, 춘설헌, 의재 묘소 표지판이 나타난다. 표지판을 뒤로하고 10분 정도 올라가면 선생이 말년에 애정을 쏟아 부었던 아담한 목조 건물 '춘설원'이 나온다. 춘설원은 의재가 말년까지 기거하던 곳으로 차를 매개로 예술과 삶의 철학을 논하던 공간이었다.

널찍하게 펼쳐진 5만평 규모의 차밭은 암울했던 구한말 가난한 민중을 구원하려는 실사구시의 계몽화가 의재 허백련의 필생의 역작이다. 지금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

의재는 무등에 살다가 무등에 묻혔다. 그 자신이 무등이 된 것이다. 춘설헌에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의재 선생의 묘소가 나온다. 묘소 입구에는 '한평생 산수를 그리고 산수 속에 누우신 이여'로 시작하는 이은상이 지은 시비가 새겨져 있다. 오솔길 양옆으로 6월의 파릇한 새싹들이 춘설헌 향기를 진하게 내뿜고 있다.

나윤수 객원기자 nys2510857@mdilbo.com·이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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