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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호남정치. '약무호남 시무국가' 정신 잊지말아야

@무등일보 입력 2022.05.29. 14:21
박은식 내과 전문의

최근 남원 출신 최강욱의원과 광주 출신 김남국의원이 공식회의 중 비속어를 쓰고 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 수준 낮은 진행으로 전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광주 출신인 내가 다 부끄럽고 화가 났다. 호남의 정치인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처참한 수준이 되었단 말인가!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이 건국되는 격동의 시기에 호남의 정치인들은 숱한 시련에도 민족의 실력을 키우고 독립운동을 후원하고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중심엔 김성수가 있었다.

김성수는 1891년 전북 고창의 부농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훗날 호남 삼총사라 불리던 송진우, 백관수와 함께 담양과 고창을 오가며 성장한다. 그의 나이 18세 되던 해 기울어가던 나라 현실에 안타까워하다 부강해진 일본을 배워 민족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족들의 반대에도 와세다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한 뒤 1914년 귀국한다.

김성수는 독립을 이루려면 가장 먼저 민족을 교육시켜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학교 설립에 뛰어든다. 어린 나이를 들어 반대하는 집안 어른들에게 단식투쟁까지 해가며 지원을 받아내 경영난에 빠진 중앙학교를 인수하고, 조선인에게 민립대학 신설 허가를 내주지 않던 조선총독부의 만행에 보성전문대(현 고려대)를 인수하여 민족의 인재를 길러낸다.

이후 우리 민족이 설립한 방직회사가 없어 일본기업이 폭리를 취하고 있던 것에 분개한 김성수는 방직사업에 뛰어든다. 큰아버지와 친부의 지원도 모자라 동생 김연수(삼양그룹 창업자)의 도움까지 받아 경영난에 빠진 경성직뉴를 인수해 경성방직을 창립한 것이다. '우리 옷은 우리 손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일본기업 제품에 뒤지지 않는 옷과 고무신을 싼 값에 출시하여 민족의 의생활을 향상시켰고 민족자본을 축적하였으며 일자리를 창출해 민족 경제 발달에도 이바지하였다.

다음에는 우리 민족을 대변할 언론사 설립을 결정한다. 일제가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데에 신문을 이용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큰아버지와 동생에게 자금을 얻어 1920년 동아일보를 창간한다. 이후 동아일보는 일제의 탄압에도 청산리와 봉오동대첩 승전기사를 내고, 손기정의 금메달 사진에 일장기를 지운 사진을 올리는 등 민족 정론지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김성수는 독립운동의 후원에도 앞장섰다. 그가 독립운동가를 만날 때면 일제의 감시를 피해 돈을 가져갈 수 있게 안방의 금고를 열어놓고 먼저 나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직접 상해로 건너가 이승만과 김좌진에게 후원했음은 물론이고, 물산장려운동, 6·10 만세운동, 신간회 창설, 조선어학회 활동을 지원했다. 일제 통치하에서 위 사업들을 진행했지만 그는 끝까지 창씨개명과 작위수여를 거부했던 몇 안 되는 유명인사였다.

해방 후에는 좌익의 숱한 테러에 굴하지 않고 호남 삼총사 및 김병로, 조병옥, 윤보선과 함께 우익 민족주의를 표방한 한국민주당을 창당한 뒤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추대한다. 이후 김일성 공산주의 세력의 거짓 평화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남한만의 선거를 진행해 국회를 구성하고 고려대법대 교수 유진오와 제헌헌법을 만들어 대한민국 건국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토지개혁이 진행 될 때 김성수는 대지주로서 기득권을 내려놓아 대한민국이 전근대적 지주제의 잔재를 일소하고 근대국가로서 출발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국민이 이러한 애국애족 활동에 존경과 지지를 보내 그는 6·25 전쟁시기 부통령으로 추대된다. 하지만 이승만의 발췌개헌, 사사오입 등을 일으키자 부통령자리에서 물러나 반독재 투쟁을 하다 1955년 사망한다.

이순신은 임진왜란때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若無湖南是無國家)고 했다. 일제강점기때는 호남이 배출한 인재 김성수가 중심이 되어 나라를 일으켰다. 그런데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나라의 위기상황에 호남의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나? 위기를 극복할 바람직한 대안 제시는 커녕 호남을 망신시키고 있지 않은가? 부디 호남의 정치인들이 이 역사를 공부한 뒤 자부심을 가지고 품격 있는 언행과 좋은 정책 개발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국민의 존경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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