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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판결에 대한 단상

@김정호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 입력 2021.01.20. 19:01 수정 2021.01.20. 21:44
선택적 정의에 대한 경계,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의 조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내용을 두고 너무 가혹하다는 시각과 지나치게 솜방망이 판결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심대하다. 삼성의 비중과 영향력이 클수록 삼성에 대한 시각과 평가는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고 그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과연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너무 가혹한 것인가? 아니면 너무 가벼운 것인가?

우선 객관적 상황과 국민들의 주관적인 인식 사이에 괴리가 상당하다고 느껴진다.

객관적 상황은 비슷한 사안의 일반인들과의 형평성과 법원의 양형기준에 비추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형량이 가볍다고 보인다. 일반인들이 이 사건과 같이 50억 원 이상의 회삿돈을 횡령하였다면 이재용 부회장에게 선고된 징역 2년 6개월 보다는 높은 실형이 선고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법원은 일반직원이 15억 원을 횡령 사안에서는 징역 5년의 실형을, 6억 원을 횡령 사안에서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경우가 있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상으로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0억 원 이상 횡령죄의 경우 징역 5년 이상~징역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선고형을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더구나 이재용 부회장의 사안은 횡령한 돈을 뇌물로 공여한 경우이기 때문에 기본범죄인 횡령범죄의 상한선에 1.5배 가중되는 양형기준이 적용된다. 대통령이 압박하여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주었다고 다투면서 자백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성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경요소도 부족해 보인다. 객관적 상황이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중 상당수는 양형이 무겁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판결 직후 긴급하게 실시된 여론조사결과 이재용 부회장 판결이 과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46%에 이른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마도 과거 정경유착의 악순환과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던 우리사회 일반의 의식이 대표적인 화이트컬러 범죄인 대기업 총수의 범죄에 비교적 관대한 시각을 가져왔고, 사법부도 엄벌보다는 소위 '3·5법칙'(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선처하는 판결을 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에 대해 집행유예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본다.

'정의'에 대한 반대말은 '부정의'가 아니고, '선택적 정의'라는 말이 있다. 최근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선택적 정의'라고 비판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고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말이 '선택적 정의'이다. '공감'의 반대말이 '불감'이 아니라, '선택적 공감'이고, '공분'의 반대말도 '선택적 분노'라는 말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바라보는 시각도 국민들 속에서 각자의 '선택적 정의'의 기준으로 우리가 선택적으로 공감하고, 선택적으로 분노하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경제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기업범죄에 대해서 아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미국이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기업범죄에 대하여 엄벌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에게도 이번 판결이 오너 위주의 불합리한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삼성의 위상에 걸맞는 투명성과 준법경영이 이뤄지는 초일류기업으로서 나아가기 위한 아픈 회초리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이번 판결은 우리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의 조화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서생의 문제의식'으로만 바라보면 솜방망이 처벌일 수 있고, '상인의 현실감각'으로만 바라보면 가혹한 판결일수 있다고 보인다. 선택적 정의에 대한 경계, 서생과 상인 사이의 조화되는 지점은 어디쯤일까? 경위야 어떠하든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으로 최소한이나마 사법적 정의를 보여준 재판장도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상식과 정의를 확인해주면서, 이상(서생의 문제의식)과 현실(상인의 현실감각)사이에서 조화와 중용을 찾기 위해 판결에 이르는 과정동안 수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라고 선해하고 싶다.

이번 판결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시대정신이 대기업 총수라고 하더라도 법의 심판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사회에 남겼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김정호(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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