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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수확한 딸기로 케이크·피자 만들어요

입력 2022.03.15. 17:45
[농촌 창업 청년들 성공스토리]
④ 보성싱싱농원 김소영 대표
금융권서 대출 심사하다 돌연 창업
전 재산 투자해 토마토 농장 시작
인터넷 마케팅 '대박' 후 경쟁 심화
팜파티 관광교육 받고 '체험' 전환
딸기수확…빵·케이크·피자 만들기
전남농업기술원 지원·교육 효과
보성 싱싱농원에서 운영 중인 체험 카페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케익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농촌 창업 청년들 성공스토리]④ 보성싱싱농원 김소영 대표 

고사성어에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스스로 경험해야 제대로 알 수 있 듯, 현대인들은 자신이 무엇이든지 체험하고 느끼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무엇이든지 경험해 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보성에 위치한 싱싱농원은 바로 이런 것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체험 농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시작

김소영(42)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곧장 서울에 있는 금융권에 취직해 대출 심사 업무를 맡았다. 서울로 떠난 이유는 간단했다. 시골이 싫다는 이유에서다.

김소영(왼쪽) 대표와 남편 정경모 씨. 

김 대표는 "순천에서 나고 자라서 어릴 때부터 시골이 싫고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갈망이 컸다"며 "성인이 됐고 대학도 졸업했으니 당연히 서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천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공동대표로 있는 남편 정경모(43) 대표를 만나 결혼하게 됐고 결혼한지 얼마 채 되지 않아 남편의 고향인 보성으로 내려오게 됐다. 도시가 좋아서 떠나놓고 돌연 다시 시골로 온 사연이 의아했다. 단지 남편이 원해서였다.

남편 정 대표는 당시 "도시가 너무 살기 팍팍하고 쳇바퀴 돌아가듯 사는 삶이 너무 무료하다"며 "우리 고향으로 가서 토마토 농장이나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당황했지만 남편의 의견이니 반대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6년이나 잘 다니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보성에 토마토 농장을 만들었다.

팍팍한 서울살이에 모아둔 돈을 얼마 없었고 전세금을 뺀돈에 대출을 받아 총 2억을 투입해 비닐하우스로 된 토마토 농장 1천200평을 조성했다.

농사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전재산을 투입한 것이다. 이렇게 전 재산을 다 투자하고, 둘은 정작 인근에 허름한 집 한 채를 사서 살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때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다시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며 "당시 집 안에 화장실도 없는 집이었는데 당시 큰 아이도 생겨서 정말 힘들게 살았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 농사 배우면 되는데 판매 어떻게

김 대표 부부는 2010년 10월 이곳에 와서 직원 없이 둘이서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청년 농업인답게 판매 방식부터 달랐다. 주위의 농업인들은 모두 작물을 수확해 도매상에게 넘겼지만 김 대표는 그 점부터 바꿨다.

김 대표는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하던 마케팅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이 교육을 듣고 눈이 확 떠졌다"며 "농사를 지어서 대부분 도매로 내놓는데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소통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사는 배우면 되는데 판매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 보였고 그래서 오픈 마켓에 입점을 했었다"며 "손님들은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더욱 신선하고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믿고 구매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고 귀농 2년 만에 모든 빚을 모두 갚을 수 있게 됐다.

◆ 팜파티 초대에 200명 성황

그러나 귀농 3년차에는 시련도 있었다. 주위뿐만 아니라 전국에 같은 방식으로 판매를 하는 업체들이 늘어났고 매출이 반토막이 나기 시작했다. 돌파구는 있었다. 바로 체험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매출이 줄어 고민하던 때 눈에 들어온 것이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하는 팜파티 관광 교육이었다"며 "이 교육을 듣고 키우고 판매할 것만 할 게 아니라 고객들을 직접 오게 만들자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표는 곧바로 고객 명단을 뒤져 재구매율이 높은 고객 40명에게 팜파티 초대장을 보냈다.

김 대표는 '40명에게 보냈으니 많아야 100명쯤 오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행상 당일 200명이 넘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는 "생각 보다 너무 많은 고객들이 오셔서 주위에 살고 있는 온 가족이 총 출동해서 행사를 진행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이 팜파티 성공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쟁업체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토마토 수확 체험을 진행하면서 다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변경과 확장…"투자가 살 길"

토마토 수확 체험을 진행하면서 매출은 끌어올렸지만 농장 관리에 애를 먹었다. 체험하는 도중 아이들이 밟거나 꺾어 애써 키운 토마토가 다 죽기에 이르렀다. 또 4년차에는 토마토 전염병이 번져 농사를 망치기에 이르렀다.

부부는 고민 끝에 작물을 딸기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체험하면서 작물이 손상되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결국 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을 다시 재투자했다.

김 대표는 "그 상태로도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엔 우리 부부가 너무 젊고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며 "그래서 제주도, 용인, 서울, 강원도 할 것 없이 전국에 있는 체험장을 돌아다니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부부는 전국 각지에 있는 수십 개의 체험장을 돌아다녔고, 남편 정 대표는 대구에 있는 제빵 기능장에게 3개월 가량 합숙하며 기술을 배웠다.

이후 김 대표는 1천300평 규모에서 5천평까지 규모를 늘렸고 대량 수확이 목적이 아닌 체험을 목적으로 딸기 밭 간격을 넓혀 체험객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등 체험 목적형 농원으로 만들었다.

◆다른 나라에 수출 최종 목표

규모를 키우면서 '그로우글로우'라는 체험형 카페도 오픈했다. 그동안 딸기 수확 체험 프로그램만 진행했다면 피자, 쿠키, 딸기 케이크 등 체험 품목을 대폭 넓혔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으니 손님들이 끊임 없이 찾아왔고 연매출 10억을 바라보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에도 하루에 전화를 100통씩 받는데 직원들을 시키지 않고 직접 고객들고 소통하고 있다"며 "대표가 일에 손을 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도 모든 일에 관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규모가 커진 만큼 처음에 두명으로 시작했던 일을 생산관리파트 1명, 경영지원파트 2명, 홀파트 2명, 베이커리파트 2명, 공장파트 1명 등을 포함해 10명이 하고 있다.

이처럼 시골이 싫어서 도시로 떠났던 이들은 연어가 돼서 다시 시골로 돌아와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대박의 꿈을 이뤘다.

김 대표는 "사실 최근에는 하루도 못 쉬고 일하고 있는데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쉽게 생각하고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정말 힘들고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앞으로는 우리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또 새로운 시도도 앞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것들은 앞으로 다른 나라에 수출해보는 게 최종 목표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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