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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시각] 수험생에게 부끄럽지 않으세요?

입력 2020.12.03. 15:45

누군가의 잘못은 또 다른 누군가의 책임이 되기도 한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평년보다 한 달 연기된 12월에 시행됐다.

매번 추웠던 수능 날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겨울이 깊어진 탓에 전날보다 기온이 올랐음에도 추위는 여전했다. 그나마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에 위안을 느낀다.

수능 시험장이 추운 것은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해마다 해오던 풍경이 사라진 것도 이유다. 수험장 앞에서 기운을 북돋아 줬던 단체 응원은 거리두기 2단계로 인해 금지됐다.

지난해 선배들을 응원했던 수험생들은 정작 자신들은 응원 받지 못한 채 조용히 등교했다. 선생님은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하는 학생들을 안아주지 못했다. 그저 바라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수험생들은 심리적으로 많은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일정이 연기된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다. 공부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험은 분별을 위해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품고 준비했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할 경우가 흔하다. 학교도 제대로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12월까지 버틸 체력을 만들지 못한 학생들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학습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시험장에서도 고충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험을 10시간 동안 보는 것도 힘든데 마스크를 쓴 채 치르는 것은 곤욕이다. 몸이 피곤한 것은 물론이고 답답함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다.

시험이 끝나도 이들은 자유를 만끽하지 못한다. 수능이라는 족쇄를 풀었지만 거리두기로 인해 여행도 마음껏 떠날 수 없다. 정상에 올랐지만 상쾌함은커녕 구름 속에 갇힌 기분일거다. 힘들고 어렵게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른들이 더 조심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고생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12월 수능'이라는 전무후무한 사건은 누군가의 부주의와 무책임으로 일어났다. 종교단체, 캠퍼스, 유흥업소, 병원 등 대부분 성인들이 운집한 곳에서 바이러스가 퍼졌다. 한동안 확산세가 줄어드는 듯 했지만 최근 재확산되는 바람에 학생들은 더 불편한 상황에서 수능을 치르게 됐다.

어른들의 잘못이다. 부끄럽다. 이런 어른들이 누구를 평가하고 판단하겠다고 '수능'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들이나 똑바로 했으면 싶다.

성인이 됐으면 어른답게 조심하고, 책임지는 행동을 했으면 한다. 자리가 권위를 만들지 않는다. 권위 있는 행동이 권위를 완성시킨다는 것을 기억하고 노력했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말이다. 한경국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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